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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서울대 성추행 교수, 제자들에게 “앞으로 나도 집어던져 볼까 생각중”

등록 2019-06-24 13:46

성추행 피해자, 19일 서울중앙지검에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장 제출
“지도교수라는 우월적 권력관계 이용해 범행 저질러”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ㄱ교수 성추행 피해자 김실비아씨가 12일 오후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ㄱ교수 성추행 피해자 김실비아씨가 12일 오후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피고소인 정도의 학력과 지위를 가진 사람이 22살가량 나이 차이가 나는 지도제자의 정수리와 머리를 동의 없이 만지고, 치마를 들추고, 허벅지를 만지는 것이 문제가 된다는 것을 몰랐을 리 없다.” -고소장 일부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 김실비아(29)씨가 가해 교수로 지목한 ㄱ교수를 강제추행 혐의로 19일 검찰에 고소했다. 김씨 쪽은 고소장에서 “이 사건은 대학원이라는 고등교육 기관에서 지도교수가 그 권위와 권력을 이용해 지도제자에게 성폭력을 가한 사건”이라며 “피고소인(ㄱ교수)은 지도교수와 지도제자의 수직적 질서를 믿고 고소인(김씨)이 어떠한 문제 제기도 못 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강제추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김씨 쪽은 고소장에서 ㄱ교수가 2015년 2월 한 차례, 2017년 6월 두 차례 등 모두 세 차례 김씨를 성추행했다고 주장했다. 버스에서 자고 있던 김씨의 정수리를 뒷좌석에서 손을 뻗어 30초 동안 문지르거나 기습적으로 김씨의 치마를 들쳐 올려 다리를 만지고 강제로 팔짱을 끼게 했다는 것이다. 고소장을 보면, 김씨는 당시 수치스럽고 불쾌한 감정에도 불구하고 지도교수인 ㄱ교수와의 관계로 인해 즉시 문제를 제기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김씨 쪽은 ㄱ교수가 평상시에도 권위와 복종을 강요했다며 ㄱ교수가 과거 지도제자들에게 보낸 이메일 내용을 증거로 제출했다. ㄱ교수는 2014년 6월 제자들에게 단체 이메일을 보내 “타학교 선생들은 학생 앞에서 잘들 집어 던진다고 하더군요. (중략) 앞으론 나도 그럴까 생각 중입니다”라고 말했다. 2016년 2월에는 “박사과정생 ㄴ선생이 지도교수 ㄷ선생 옆에서 그림자처럼 붙어서 서빙하고 얘기 나누는 모습 잘들 봤죠? 우리 대학원생들도 지도교수에 대한 예의를 잘 좀 신경 쓰도록 해주세요”라고 요구하는 단체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김씨 쪽은 이 이메일이야말로 ㄱ교수가 지도교수로서 자신의 권력을 얼마나 남용하고 있었는지, 그 권력관계의 수직성이 얼마나 폐쇄적이고 절대적이었는지를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고소장에는 서울대의 대응을 질타하는 내용도 담겼다. 김씨 쪽은 고소장에서 “고소인은 학계에서 유무형의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다고 할지라도,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더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확신을 가지고 지난해 7월 학교 인권센터에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인권센터는 피고소인에 대해 정직 3개월을 권고하였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 “지난 3월 ㄱ교수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두 차례 열렸지만 지금껏 어떠한 징계 결정도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대학이 온전한 교육의 장을 만들고, 학생을 보호하는 의무를 방기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재발 방지를 위해 학내 징계 절차를 밟았지만, 학교 쪽의 반응이 지지부진하고 미온적인 상황이어서 검찰에 고소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고소장에는 12일 김씨가 처음으로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고 했던 발언이 다시 한 번 인용됐다. 당시 김씨는 “우리는 이러려고 서울대에 온 게 아닙니다. 공부하고 싶어서 왔습니다. 제발 ㄱ교수 같은 사람에게 성추행과 인권침해를 당할 걱정 없이 공부에 전념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셨으면 합니다”라고 이야기했다. 김씨 쪽은 “바로 그것이 본 고소의 의미”라며 “부디 엄중하게 수사해달라”고 검찰에 촉구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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