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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모든 장애인에 활동지원 신청길 열렸지만 여전히 ‘좁은 문’

등록 2019-06-25 16:52수정 2019-06-25 21:10

7월1일부터 장애인등급제 단계적 폐지
활동지원 대상 확대·본인부담 수준 낮춰
등급·인정조사→종합조사로 수급자 결정

만 65살 미만 19만명 “타인 도움 필요하다”
복지부 내년 예산엔 8만8천명 지원 반영
지난 14일 오전 장애인 활동가들이 보건복지부 장관 집무실이 있는 서울 충정로 사회보장위원회에서 도입을 앞둔 장애인서비스지원 종합조사표 수정을 요구하며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지난 14일 오전 장애인 활동가들이 보건복지부 장관 집무실이 있는 서울 충정로 사회보장위원회에서 도입을 앞둔 장애인서비스지원 종합조사표 수정을 요구하며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오는 7월부터 장애인등급제가 순차적으로 폐지되면서, 일상 및 사회생활을 하기 어려운 장애인에게 제공되는 활동지원 대상이 확대된다. 활동보조·방문목욕·방문의료 등으로 구성되는 활동지원은 그동안 1~3급 장애인만 신청할 수 있었으며 국민연금공단 인정조사를 거쳐 수급 여부가 결정됐다. 등급이 없어지면서 모든 등록장애인이 신청할 수 있으며 국민연금공단 ‘종합조사’를 거치게 된다. 개별 장애인이 겪는 어려움·사회적 환경 등을 두루 살펴 ‘수요자 중심’ 지원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장애인 단체들은 충분한 예산 확보가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정책 전환이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한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25일 서울 정부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 장애인 욕구·환경을 고려한 종합조사, 시군구 장애인 전담 민간협의체를 설치 등을 통한 전달체계 강화 등 세 가지 정책을 통해 수요자 중심 장애인 지원체계를 구축할 것”이라며 “장애등급이 없어지면서, 등급을 기준으로 지원되던 23개 서비스 대상이 확대된다”고 소개했다. 7월부턴 활동지원을 비롯해 보조기기·거주시설·응급안전 서비스 지원을 위한 종합조사가 시작되며, 이동지원 분야와 장애인연금 등 소득·고용지원 분야 종합조사는 현재 개발 단계로 각각 2020년·2022년에 도입될 예정이다.

장애등급제 폐지에 따라, 서비스 지원 대상을 선정하는 기준도 달라진다.
장애등급제 폐지에 따라, 서비스 지원 대상을 선정하는 기준도 달라진다.

장애인 단체들은 활동지원 종합조사가 장애인들의 ‘실제 서비스 필요도’를 파악하기 위한 목적보단, 인정조사처럼 지원 대상자를 걸러내기 위한 도구로 쓰일 것이라고 우려한다. 복지부는 종합조사에 대해 “기능제한과 사회활동·가구환경 등 36개 지표를 기반으로 국민연금공단 직원이 가정을 방문해 ‘매뉴얼’에 따라 관찰·설문을 한 다음 평가를 한다. 시각장애인은 옷을 갈아입을 수 있지만 청결 상태나 앞·뒤 구분이 쉽지 않다. 장애유형별로 어려움이 다른 사례 등을 구체화해 매뉴얼에 담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매뉴얼 내용은 부정수급 등을 방지하기 위해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재는 하루 최대 14.7시간(월 최대 441시간)을 지원하고 있지만, 하루 최대 16시간(월 최대 480시간) 지원이 가능하도록 지원 범위를 재구성했다. 활동지원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선 소득 수준에 따라 일정한 비율의 본인부담금을 내야 하는데, 본인부담 상한선은 월 32만2900원에서 15만8900원으로 낮아진다. 복지부는 종합조사 적용으로 월 평균 활동지원 시간이 120시간에서 127시간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모든 장애인에게 활동지원 신청길이 열렸으나 종합조사 결과에 따라 서비스를 받지 못할 수 있다. 복지부는 새롭게 활동지원을 받는 장애인이 올해보다 6천~7천명 늘어나, 전체 수급자가 8만8천명이 될 것으로 보고 내년도 예산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2017년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활동지원 신청 대상인 만 65살 미만 장애인 136만여명 가운데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답한 경우는 14.4%(19만5천여명)였다. 최중증장애인이라 하더라도 여전히 하루 24시간 활동지원을 받을 수 없다.

조현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정책조직실장은 “올해 활동지원 수급자 8만1천명 가운데 3급 장애인 비중은 5%도 되지 않았다. 4급 이하로 분류됐던 장애인들이 활동지원 대상에 얼마나 들어올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한자협)은 장애인 2520명을 대상으로 종합조사 기준에 따라 모의평가를 한 결과, 34.4%(867명)가 현재 받고 있는 활동지원 시간보다 줄어든다고 주장했다.

복지부는 종합조사 결과 활동지원 대상에서 탈락할 경우 최소 지원시간(월 47시간)을 보장하고, 제공받을 수 있는 지원 시간이 줄어들면 기존 시간을 유지해주는 경과조치를 3년 동안 시행할 계획이다. 제도 시행 뒤, 운영상황을 점검하고 장애인 단체 의견 등을 반영해 제도개선을 검토하기 위한 ‘종합조사 고시 개정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맞춤형 지원이란 현실적으로 무척 어려운 일로 단숨에 제도를 개선하기란 쉽지가 않다. 적극적인 보완조치를 마련해 제도가 변경되는 과정에서 불이익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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