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적 환경, 주거 및 학습환경, 놀이와 문화활동, 사회적 자본형성, 결핍지수 등 모든 영역에서 저소득층·일반가구 아동 간 ‘상당한 격차’가 나타났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 가구와 복지 급여를 받는 한부모·조손 가구 등 저소득층(수급) 가구 아동 16%는 돈 문제 때문에 ‘항상’ 걱정하며 살고 있다. ‘자주’ 걱정한다는 아동은 27%였다. 저소득층 아동 10명 가운데 4명 이상은 돈 문제로 인한 고민이 많다는 의미다. 반면, 정부 지원 대상이 아닌 일반가구 아동 31%는 돈 문제에 대한 걱정이 전혀 없었으며, 57%는 가끔 걱정한다. 소득 수준이 낮은 가구 아동일수록 우울과 및 불안 점수가 높다.
26일 <한겨레>가 입수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8 아동종합실태조사’ 결과 중 일부이다. 이번 조사는 만 18살 미만 아동이 있는 4039가구 양육자와 아동(만9~17살)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아동종합실태조사는 아동복지법에 따라 5년마다 시행되는데, 아동이 빈곤에 대해 얼마나 걱정하는지 묻는 항목은 2018년 조사에 처음 포함됐다.
연구진은 물질적 환경, 주거 및 학습환경, 놀이와 문화활동, 사회적 자본형성, 결핍지수 등 모든 영역에서 저소득층-일반가구 아동 간 ‘상당한 격차’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하루 세끼 섭취·정기적 여가활동 여부·집으로 친구 초대 기회 등 성장에 필요한 15개 항목을 기반으로 산출한 결핍점수의 경우 일반가구 아동은 평균 1.68점이었으나, 저소득층은 4.41점이었다. 가족과 해외여행, 국내여행 여부를 묻는 항목을 추가했을 땐, 일반가구와 저소득층 아동 간 결핍점수 격차는 더 커졌다. 전체 아동의 행복도는 평균 6.57점이었으나 저소득층은 5.16점으로 크게 낮았다.
우리나라 9~17살 아동 행복도 평균은 6.57점. 소득 수준이 낮은 가구 아동의 행복점수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저소득층 12~17살 아동 6.3%는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체 아동의 아르바이트 경험 비율은 1.6%이다. 주로 편의점 근무(42.8%)나 식당·레스토랑·카페 서빙(31.2%)을 했으며, 10명 중 4명(25.9%)은 고용주 등으로부터 욕설이나 폭언, 모욕적인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고용주로부터 폭행을 당한 적이 있다는 응답도 무려 14.6%나 나왔다.
여전히 한국은 ‘아동이 행복하지 않은 나라’이다. 2018년 11·13·15살 삶의 만족도 평균 점수(6.62점)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27개국과 비교해보니, 한국 아동의 행복도가 가장 낮았다. 스페인·네덜란드·아이슬란드 아동 삶의 만족도 점수는 8점대였으며, 한국과 터키만 6점대를 기록했다.
이번 조사를 진행한 보사연 연구진은 “저소득은 물질적 결핍뿐 아니라 교육·건강·사회심리적 불안·사회 및 문화자본까지 영향을 미침으로써 ‘빈곤의 대물림’ 위험을 높이고 있다”며 “특히 발달기 아동이 이러한 다차원적 결핍과 박탈에 노출될 경우 성인에 견줘 더 큰 좌절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다양한 정책적 지원과 개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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