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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국익 빌미로 국민 알권리 틀어막는 서울고법의 ‘보수 본색’

등록 2019-06-28 05:00수정 2019-06-28 07:24

정보공개 청구 뒤집기 판결
‘세월호 7시간’ 청와대 기록도
한-일 위안부 밀실 합의 문건도
“업무 지장, 외교 영향” 거론하며
서울고법, 1심 뒤집고 “비공개”

양승태 재판개입 “비공개” 판결한
재판장은 ‘사법농단 비위’ 법관

법관 가치관 등 개입할 여지 큰데
‘승진 코스’ 고법 보수 성향 강해
서울 서초동 대법원 법원 전시관 안에 법관의 양심과 독립 등을 명시한 헌법 제103조가 적혀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서울 서초동 대법원 법원 전시관 안에 법관의 양심과 독립 등을 명시한 헌법 제103조가 적혀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세월호 7시간 논란, 한-일 ‘위안부’ 밀실 합의, 양승태 대법원 재판개입 의혹 사건의 공통점은?

박근혜 정부 시절 관련 정보가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다가 정권이 바뀐 뒤 자체 조사와 검찰 수사 등을 통해 일부 내용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시민사회에서는 관련 기관들이 작성한 문건들을 공개하라는 정보공개청구 소송을 잇달아 냈고, 1심 재판부들이 모두 “정보 공개가 적법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런데 2심을 맡은 서울고법에선 모조리 결론이 뒤집혔다. 왜 그럴까? 법조계에서는 사법농단 사건을 거치며 축적된 내부 불만, 대법관 등 최고법관 임명 완료, 현 정부 지지율 하락 등이 결합해 고등부장들의 ‘보수 본능’이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재인 정부 중후반 ‘적폐청산 결산 시기’에 주요 사건이 몰릴 서울고법에서 길목을 막거나 방향을 틀어버리는 판결이 잇따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016년 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현 자유한국당 대표)은 청와대 기록물 수만건을 최장 30년까지 비공개할 수 있는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작성된 문서의 ‘목록’이라도 공개하라며 소송을 냈다. 지난해 7월 1심 재판부(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김정중)는 “대통령기록물은 국정 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공개가 원칙이고 예외로 비공개하는 것이다. 대통령이라고 아무런 제한 없이 임의로 대통령기록물을 선정해 보호 기간을 지정할 수 없다”며 문서 목록을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지난 2월 서울고법 행정9부(재판장 김광태)는 “공개가 엄격히 제한된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된 문건이므로 비공개 처분에 위법성이 없다”고 1심 판단을 뒤집었다.

서울고법 행정3부(재판장 문용선)도 지난 4월 비슷한 논리로 2015년 12·28 한-일 ‘위안부’ 합의 관련 한-일 국장급 협의 내용을 비공개 결정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이 진행 중이던 2017년 1월 문건을 공개하라고 선고한 1심(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재판장 김정숙)을 엎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우리가 일본과 쌓은 외교적 신뢰 관계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정보를 공개할 경우) 향후 실무자들이 국익을 위하기보다 책임을 회피하려는 소극적 태도로 일관할 수 있다”며 비공개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이 재판부는 참여연대가 “대법원 특별조사단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조사 문건을 공개하라”며 법원행정처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청구 소송에서도 최근 국민의 이익보다 ‘행정처의 업무’를 우선하는 판결을 했다. “문서를 공개하게 되면 대법원 감사업무에 지장을 초래한다. 앞으로 담당자들이 소극적으로 업무에 임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를 달았다. “특별조사단의 조사는 대법원 감사 절차의 일환이라 할 수 없으므로 감사업무 수행에 지장을 초래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난 2월 1심 재판부(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재판장 이성용) 판단을 뒤집은 것이다.

두 사건 1심 ‘공개’ 판결을 뒤집은 재판장인 문용선 부장판사는 서울북부지법원장 시절이던 2015년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재판 청탁에 연루된 사실이 검찰 수사로 드러난 바 있다. 사법농단 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대법원에 비위 사실을 통보한 66명 법관 가운데 하나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운영위원인 하승수 변호사는 27일 “국민의 알 권리도 국익의 한 종류”라며 서울고법의 잇단 뒤집기 판결을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한 판사는 “보수화된 고등법원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반 민형사 사건과 달리 정보공개 소송은 알 권리와 국익 등의 ‘가치’가 충돌할 때 무엇을 우선할지를 두고 다툰다. 이 때문에 복잡한 법리 해석보다 법관 개인의 가치관이나 성향에 따른 해석이 개입할 여지가 넓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대법원장이 임명하는 고법부장들은 좀 더 정무적 판단을 하게 된다”고 했다. 현재 서울고법에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임명된 고등부장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일부는 사법농단 관련 비위 통보 대상자들이다.

법원장 임명을 내다보는 ‘승진 코스’이기도 한 고등법원에 상대적으로 보수 성향의 법관들이 많은 것도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6월 사법농단 사건 검찰 수사와 관련해 전국에서 판사회의가 잇달아 열렸는데, 차관급 대우를 받는 서울고법 부장판사회의에서만 ‘대법원의 고발 및 수사 의뢰 반대’ 의견을 표명하기도 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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