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주여성연합회,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등 시민·사회단체 13곳이 28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정헌율 전북 익산시장의 다문화 자녀 혐오 발언을 규탄하고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주여성 단체가 다문화 자녀를 ‘잡종’, ‘튀기’로 표현하는 혐오 발언을 한 정헌율 전북 익산시장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한국이주여성연합회,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등 시민·사회단체 13곳은 28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정 시장의 발언을 규탄하고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정 시장의 발언은 사람을 출신, 인종에 따라 구분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쉽게 차별과 인권침해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며 “인종차별을 금지하는 헌법 제11조, 익산시 인권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 등에 따라 인권위에 (정 시장을) 진정한다”고 밝혔다.
박영아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는 “인권위 권고는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정 시장 발언의 인종차별적 요소와 성격을 명확히 규명해 재발을 방지하고 정 시장에게는 인권교육을 받음으로써 지방자치단체장 지위에서 인종주의적 발언의 심각성을 깨닫고 반성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라며 진정 취지를 설명했다.
이들은 “이번 사건은 ‘잡종’, ‘튀기’라는 혐오표현을 사용한 것만으로도 대단히 문제적이지만 국제결혼 가정의 자녀들을 잠재적 위험요소로 낙인찍고, 언제든 문제가 될 수 있으니 관리해야 하는 특수한 존재로 대상화한 것에 대해 참을 수 없는 분노와 절망을 느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왕지연 한국이주여성연합회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엄마들은 무슨 말을 들어도 참을 수 있지만 아이를 배제하는 어떤 말은 용서할 수 없다”고 말하다가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울먹이기도 했다.
앞서 정 시장은 지난달 11일 전북 익산 원광대학교에서 열린 ‘2019년 다문화가족을 위한 제14회 행복나눔운동회’에 참석해 “생물학적, 과학적으로 얘기한다면 잡종 강세라는 말도 있지 않느냐. 똑똑하고 예쁜 애들(다문화가정에서 태어난 자녀)을 사회에서 잘못 지도하면 프랑스 파리 폭동처럼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발언에 대한 일부 언론과의 해명 인터뷰에서도 “‘튀기’들이 얼굴도 예쁘고 똑똑하지만 튀기라는 말을 쓸 수 없어 한 말이다. 다문화가족을 띄워주기 위해 한 말”이라고 말해 파장을 더 키웠다. 정 시장은 지난 25일 “선도적인 다문화 정책을 펼쳐 실수를 만회하겠다”며 머리를 숙였지만 이날 기자회견에 나온 이주여성들은 “마지못해 한 면피용 사과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글·사진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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