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지시로 사택에서 정원 청소나 빨래, 반려견 운동 등을 도맡은 경비업체의 운영 허가를 취소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박형순)는 경비업체 유니에스가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경비업 허가취소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30일 밝혔다.
유니에스는 한진그룹 계열사인 정석그룹과 1년 주기로 도급 계약을 맺고 조 회장의 사택 경비 업무를 맡았다. 하지만 경비원들은 조 회장과 부인 이명희(71)씨 지시로 사택 청소나 정원 관리뿐만 아니라 조 회장이 기르는 반려견 운동 시키기, 배변 청소 등 잡다한 집안 일에도 동원됐다.
경비원을 향한 두 부부의 갑질은 지난해 5월 “조양호 부부, 대한항공 회사 경비를 집 노예로 부렸다”는 내용의 언론 보도로 알려졌다. 조사를 나온 서울지방경찰청은 유니에스가 “‘경비업무 외 업무에 종사해선 안 된다’는 경비업법(19조)을 위반했다”며 경비업무 허가 전체를 취소했다.
유니에스는 서울청의 결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다. 유니에스는 경비원들이 조 회장 부부의 ‘부당한 지시’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부수적인 업무를 수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절차적 문제도 제기했다. 서울청이 사전에 ‘시설경비업무’ 부문만 허가 취소를 통지했음에도 이후 경비업무 전체 허가를 취소해 위법성이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업체가 적극적으로 소속 경비원을 경비 외 업무에 종사하도록 지시한 사실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업체가 관리감독 의무를 다하지 못해 업무 밖 일을 하게 된 것만으로 경비업 허가를 취소할 수는 없다는 판단이다.
언론 보도를 접한 뒤 부당한 업무가 이뤄진 것을 알았다는 유니에스의 주장도 받아들여졌다. 당시 경비원들은 관리소장 김아무개씨에게 조 회장의 업무 지시가 부당하다는 불만을 전했지만 김씨는 이를 회사에 보고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런 점을 고려해 “경비업 허가 전체를 취소하는 것은 지나치게 과중하다”며 “서울청의 처분을 취소하라”는 판단을 내렸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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