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가사도우미 불법고용’ 조현아·이명희 검찰 구형보다 높은 징역형의 집행유예 선고

등록 2019-07-02 14:41수정 2019-07-02 20:48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로 기소된 한진그룹 고 조양호 회장의 부인 이명희 씨(왼쪽)와 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지난5월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한 뒤 각각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로 기소된 한진그룹 고 조양호 회장의 부인 이명희 씨(왼쪽)와 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지난5월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한 뒤 각각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필리핀 국적의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진그룹 고 조양호 회장의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법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검찰은 벌금형을 내려달라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벌금형은 피고인들에 대한 비난 가능성에 상응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검찰 구형보다 더 높은 형을 선고했다.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안재천 판사는 출입국관리법 위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명희(70) 전 일우재단 이사장에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160시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조현아(45)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게는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과 벌금 2천만원,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벌금형은 피고인에 대한 비난가능성에 상응한다고 보기 어려워 징역형을 선택하되, 양형기준 등을 종합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고 설명했다. 이들과 공모한 혐의를 받는 대한항공은 벌금 3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앞서 검찰은 이 전 이사장과 조 전 부사장에 벌금 3000만원, 1500만원, 대한항공에는 벌금 3000만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한 바 있다.

이 전 이사장과 조 전 부사장은 필리핀 국적의 여성을 대한항공 직원인 것처럼 위장 입국시켜 가사도우미로 불법 고용한 혐의를 받는다. 대한항공 임직원은 이들의 지시를 받아 가사도우미 선발, 입국에 관여했다. 대한항공 필리핀 지점을 통해 가사도우미를 선발한 뒤 ‘우수 직원을 한국에 초청한다’는 명목으로 일반연수생 비자(D-4)를 발급받아 가사도우미들을 입국하게 했다. 국내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하기 위해선 재외동포(F-4)나 결혼이민자(F-6) 등 내국인에 준하는 체류자격 비자를 발급받아야 한다. 가사도우미 신체검사비용, 항공비용까지 대한항공에서 부담했다. 이러한 방식으로 이 전 이사장과 조 전 부사장은 각각 6명, 5명의 필리핀 여성을 불법 고용했다.

재판부는 이 전 이사장에 관해 “한진그룹 회장 배우자라는 지위를 이용해, 대한항공이 가족 소유 기업인 것처럼 가사도우미 선발과 관련된 구체적 지침과 지시를 하달했다. 그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는 임직원들로 하여금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불법입국에 가담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사도우미가 급여인상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본국에 돌아가 정부에 구제신청을 한 상황임에도, 피고인은 불법고용의 문제점을 인식해 자발적으로 귀국시킨 것처럼 진술했다”며 이 전 이사장이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는지도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다만, 2016년 7월 가사도우미의 체류기간 연장 허가를 부정 신청한 혐의는 개정 전 출입국관리법상 처벌 규정이 없어 무죄를 선고했다.

조 전 부사장의 모든 혐의는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대한항공 고위 임원, 한진그룹 총수 자녀라는 지위를 이용해 임직원으로 하여금 조직적·계획적으로 불법 입국에 가담하게 했다. 대한항공 전산자료를 살펴보면, 피고인의 집에서 근무한 가사도우미의 사원증을 발급하는데 ‘경영층 지시’라고 입력돼있다. 사원증 허위 발급에도 피고인의 영향력이 미쳤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언론 보도로 범행이 외부에 알려지자, 가사도우미를 급하게 대한항공 비행기로 출국시키는 등 범행 이후 처리과정에서도 대한항공을 이용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이 전 이사장과 조 전 부사장은 같은 법정에서 차례로 피고인석에 섰다. 조 전 부사장은 “징역형을 예상했냐”는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은 채 굳은 표정으로 법정을 빠져나갔다. 이 전 이사장 또한 취재진 질문에 어떤 답도 하지 않았다.

한편, 이 전 이사장은 운전기사와 경비원 등을 폭행한 혐의로 서울중앙지법에서 추가로 재판을 받고 있다. 2011년 11월~2017년 4월까지 운전기사와 자택 경비원 등 9명에게 22회에 걸쳐 폭언과 폭행을 일삼은 혐의(상습특수상해 등)를 받는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