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ㄱ 교수 사건대응을 위한 특별위원회’와 인문대 학생회가 3일 오후 인문대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원생을 성추행한 서어서문학과 ㄱ 교수의 연구실을 ‘학생자치공간’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학생들이 스승님의 방을 점거하고 학생자치공간으로 전환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난 것은 학교기관에 대한 불신 때문입니다. 학생들의 절박함과 두려움, 진심을 좀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서울대 서어서문학과 09학번 이은호씨)
서울대 학생들이 대학원생을 성추행한 교수가 파면될 때까지 해당 교수의 연구실을 ‘학생자치공간’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서울대학교 ㄱ교수 사건대응을 위한 특별위원회’(특위)와 이 대학 인문대 학생회는 3일 오후 인문대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앞서 특위와 인문대 학생회 소속 학생 10여명은 전날 오전 11시께 서어서문학과 ㄱ교수의 파면을 요구하며 ㄱ교수의 연구실을 점거한 바 있다. 점거 첫날 연구실에서 밤을 지새운 지구과학교육과 18학번 박도형씨는 이날 기자회견에 나와 “학생자치공간을 지키기 위해 고생을 마다않는 지킴이 가운데는 자연대생, 사범대생, 공대생도 있다”며 “자신의 학과 일이 아님에도 자발적으로 나선 이유는 이 문제가 우리 모두의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이제 학생들은 서문과 교수진 바로 옆방에서 생활한다. (연구실의) 학생자치공간 전환을 통해 교수 사회에 학생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게 만들겠다”고 밝혔다.
특위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ㄱ교수의 징계 처분이 늦어지는 상황에서 학생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ㄱ교수의 복귀를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기에 학생자치공간 전환을 결정했다”며 다시 한 번 점거 이유를 밝혔다. 특위는 이 공간을 학과나 동아리 등 학생 자치단체들이나 개인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바꿔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위는 학생자치공간 전환 결정에는 ㄱ교수의 연구비리에 대한 학교 쪽의 지지부진한 조사도 한몫했다고 밝혔다. ㄱ교수는 성추행 말고도 제자와의 공동연구 논문을 베껴 자기표절을 한 뒤 이를 연구실적으로 등록하고 외국인 강사로부터 논문을 상납받은 의혹 등을 받고 있다.(
▶관련기사: [단독] 성추행 징계회부 서울대 ㄱ교수, 논문 상납등 의혹 제기돼) 현재 이를 규명하기 위한 연구진실성위원회(진실위)가 꾸려져 있다. 특위는 “지난해 10월 연구비리 신고 접수 뒤 진실위는 8개월간 예비조사만 진행했다”며 “학생들은 더 이상 학교 쪽이 제도 내에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리라 기대하고만 있기 어렵다”고 말했다.
ㄱ교수는 2017년 외국의 한 호텔에서 대학원생 김실비아(29)씨의 다리를 만지는 등 성추행을 한 의혹을 받고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앞서 이 사건을 조사한 인권센터는 ㄱ교수의 신체 접촉 등이 사실로 인정된다면서도 지난해 12월 학교 쪽에 ㄱ교수의 정직 3개월을 권고했다. 이에 학생들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반발했고 동맹휴업 등을 통해 ㄱ교수의 파면을 학교 쪽에 지속해서 요구해왔다. 지난달 19일엔 피해자 김씨가 ㄱ교수를 강제추행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하기도 했다.
글·사진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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