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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검찰에 공수처, 국가수사본부까지…늘어만 가는 ‘대통령의 칼’

등록 2019-07-04 05:00수정 2019-07-04 20:31

강희철의 법조외전(63)
중립성 의심받아온 ‘검찰 특별수사’ 손도 안댄 채
검찰 수사범위 대통령이 변경 가능하게 바꾸고
‘조국 장관’ 카드로 청와대 ‘친정체제’ 구축 시도
공수처장·검사 임명 과정에도 대통령 영향력 강화
사건이첩 요구·기소권까지 공수처에 막강 권한
경찰 합치면 ‘대통령의 칼’ 3개…무얼 하려는 걸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월15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정보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를 주재하기에 앞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를 강조하는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월15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정보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를 주재하기에 앞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를 강조하는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국회가 정상 가동에 들어가면서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 대상 안건)에 올라간 두 법안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과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다.

그런데 이 얘기를 화제에 올리면 지금도 대검 간부들이 고개를 갸우뚱하는 장면이 하나 있다. 지난해 국회에서 벌어진 일이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해 3월13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에 출석해 예상 밖의 의견을 밝혔다.

“지금 실제 문제가 되는 것은, 주로 저 희 검찰이 의문을 받고 있는 부분은 주로 특별수사, 인지수사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부분에 대한 개혁을 크게 이루어야 되지 않는가 생각을 하고 있고, (…) 그러니까 지금 논의의 방향(*검경 수사권 조정을 가리킴)이 서로 상대방, 서로 엉뚱한 부분을 손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저희가 특별수사를, 인지수사 부분을 대폭 줄이겠다는 것도 있지만 또 하나는 저희들이 지금 논의되는 직접수사를 하는 분야도 상당히 축소시켜야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문 총장은 전국 5개 고검-당시는 수원고검이 생기기 전이었다-의 소재지, 즉 서울·부산·대구·광주·대전을 제외한 전국 검찰의 모든 특수부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도쿄와 오사카, 나고야 3개 지검에만 특수부를 둔 일본 검찰의 사례를 참조한 것이다.

특수부 폐지·축소론은 “‘국가경영’에 필요” 무시

그러나 돌아온 것은 국회의원들의 묵묵부답이었다고 한다. 그날의 회의록을 봐도 여야 막론하고 대꾸가 없다. “국회는 물론, 이 내용을 보고받았을 청와대도 최소한 ‘어떤 취지냐?’고 물어봄직 한데, 조용히 넘어가더라. 검찰이 스스로 손발을 자르겠다는데 완전 무반응이었다. 그 뒤로도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지난해 법무부에 여러 차례 인지(직접)수사 축소안을 만들어 보냈지만, 답이 없었다. 아마 우리가 전국 특수부를 몽땅 없애겠다고 해도 마찬가지 반응이 아니었을까 싶다.” (검찰 관계자)

패스트트랙에 올라간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을 대표 발의한 백혜련 민주당 의원에게 특수부 축소 또는 폐지안을 입법에 포함할 생각이 있는지 물었다. 대답은 “그럴 계획이 없다”였다. 그러면서 “그렇게 하면 국가를 경영하는 입장에서 일시적인 시스템 마비가 올 수 있다.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이지 않다”고 했다. 이러니 “검찰에서 수사권을 폐지하거나 대폭 축소하면 바로 개혁이 이루어진다”는 금태섭 의원 같은 이의 생각은 민주당 안에서 설 자리가 없다.

희한한 일이다. 검찰의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에 지금도 분노를 감추지 않는 청와대와 민주당이 그런 정치적 수사의 ‘본산’ 격인 특수부는 그냥 놔둔다? 얼른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검찰의 책임 있는 관계자에게 “왜 법무부도, 청와대도 무반응이라고 생각하냐”고 물었더니, 그의 대답은 이랬다. “그걸 저희 입으로 직접 말하기는 곤란하지만, 기자로서 짚이는 게 있지 않냐.”

검찰에서 고위직을 지낸 변호사에게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봤다. 그는 백 의원이 말한 ‘국가경영’의 속내를 짚었다.

“정권 입장에서 보면 검찰은 아주 ‘잘 드는 칼’이다. 더 없이 유용하다. 야당을 할 때는 분노와 공격의 대상이지만, 막상 정권을 잡고 써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이 정권도 지난 2년간 검찰의 적폐수사를 지켜보며 현실적 판단을 했을 것이다. 검찰이 수사하면 속도와 보안, 완성도에서 다른 수사기관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공직사회를 다잡는 데도 검찰만큼 효과적인 도구가 없다. 특히 지난해 말 김태우, 신재민 사건에다 얼마 전 외교부 한-미 정상통화 내용 유출까지 겪으면서 잘 통제되지 않는 공직사회에 대한 불만, 불안감 같은 게 있을 수밖에 없을 거다. 집권 후반기로 갈수록 그런 수요는 더 커진다. ‘잠깐만 틈을 줘도 관료들이 이상한 짓 한다’는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 간 대화에서도 확인되지 않았나. 그러니 정권 차원에서 검찰 직접수사는 내려놓을 수 없는 칼인 것이다.”

대통령 맘대로 좌지우지 가능한 ‘특별수사’ 범위

그런데, 단순히 특수부를 존속시킨 것만이 아니다. 지난 4월30일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 중 검찰청법 개정안으로 보면 제4조 ‘검사의 직무’에 이런 내용이 추가돼 있다.

다만, 검사의 직접수사는 필요한 분야로 한정하며,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의 범위는 다음 각 목과 같다. 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 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 범죄의 중요범죄

이대로 입법이 이뤄진다면 앞으로 검찰의 수사범위는 법률이 아니라 대통령령으로 정해진다. 사실상 대통령에게 검찰의 수사범위를 정할 권한을 주는 것이다. 전에 없던 일이다. 개악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검찰의 직접 수사권이 정치적 중립성을 무너뜨린 핵심이라면서 현직 대통령이 수사범위를 좌지우지하게 하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 것인가. “대통령이 한 손에 검사 인사권, 다른 한 손에 수사범위 조정권까지 쥐게 되는 것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검찰을 완벽히 장악하게 될 것이다.” (검찰 간부)

‘에이~ 검찰의 수사범위가 뭐 그렇게 중요해?’라는 의문이 든다면 한국형사소송법학회가 발표한 성명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이 학회는 패스트트랙이 처리되고 난 뒤인 지난 5월10일 수사권 조정 논의에 신중할 것을 촉구하는 ‘입장’을 낸 바 있다. 이 학회의 회장은 청와대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의 ‘저작권자’인 조국 민정수석의 동료로, 서울대 로스쿨에서 형사법을 가르치는 이상원 교수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은 단순히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제한한다고 달성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유보된 직접 수사권은 정치적으로 민감할 여지가 많은 사건에 대한 것으로서, 여기에 검찰의 수사권이 집중됨으로써 수사의 비례성이 약화되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더욱 훼손될 위험이 있다.”

이런 우려가 전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검찰 지상주의자’로 평가받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찰총장에 지명하고, 조국 민정수석을 차기 법무부 장관으로 앉히려 한다. 서울중앙지검장의 검찰총장 ‘직행’도, 청와대 민정수석의 법무부 장관 임명도 자신들이 야당일 때는 결사반대했던 ‘나쁜 선례’다. 자기 모순을 무릅써가며 검찰을 제도와 사람 양 면에서 수직 관장하는 구도를 짜고 있는 것이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3월8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에 나와 공수처 설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알릴레오’ 화면 갈무리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3월8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에 나와 공수처 설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알릴레오’ 화면 갈무리

‘검찰=정권의 충견’ 만든 인사권은 손도 안 대고

‘대통령의 칼’은 검찰로 끝나지 않는다. 패스트트랙 처리에 따라 입법 일정표에 올라간 ‘신상’, 공수처가 있다. ‘대통령을 수사 대상 1호에 올린 수사기관이니 검찰 개혁에 꼭 필요한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 부분을 특별히 강조한 적이 있다. 지난 2월15일 열린 권력기관 개혁 전략회의에서다.

“공수처는 특히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최고 고위층 권력자들에 대한 특별사정기관입니다. 원래 사정기관이, 검찰이 있고, 경찰이 있지만 기존의 제도적인 사정기관들이 대통령 친인척, 대통령 주변의 비리, 이런 것에 대해서 제 기능을 못 했기 때문에, 그래서 옛날에 특히 YS(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의 아들 사건, 또 DJ(김대중) 정부 시절의 아들 사건, 이런 사건들을 거치면서 특별 사정기구로서 공수처의 설치가 2002년 대선 때 이미 당시 노무현, 이회창 양 후보 모두 공약이 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검찰 안팎에선 문 대통령의 인식이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다. 공수처 같은 수사기관이 없어서 대통령 친인척·주변 비리를 제때 수사 못 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인사권이 무서워서 기피한 것’이라고들 말한다. 또 하나, 그런데도 문 대통령이 열거한 대통령 아들들을 잡아넣은 곳은 검찰이었다.

“공무원이 제일 두려워하는 게 뭐냐고 묻는다면, 인사다. 검사도 예외가 아니다. 청와대는 ‘대검 반부패부-법무부 검찰국-법무부 장관-민정수석’ 라인을 통해 어느 검찰청에서 무슨 수사를 하는지 속속들이 파악한다. 청와대는 법무부가 대검찰청과 협의해서 올린 인사안도 맘대로 바꾼다. 이런 상황에서 ‘살아 있는 권력’을 건드리면 반드시 인사로 보복당한다. 대통령 임기가 5년이다. 그 5년 동안 계속해서 인사에서 물을 먹으면 그 검사는 끝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윤석열의 검사 인생을 보면 알 수 있다. 반대로 충성하면 인사로 혜택을 준다. 역대 정권을 거치면서 고착된 패턴이다. 대부분의 검사가 어느 길을 택하겠나.” (검찰 간부)

검찰이 ‘하이에나’라고 욕을 먹는 이유도 그 연장선에 있다. 검찰청법이나 형법, 형사소송법 등 어디에도 현직 대통령과 그 주변을 수사하지 못하게 막아놓은 장치는 없다. 그럼에도 검찰이 새로운 권력의 임기 초반에 과거 정부의 비리를 주로 파헤치고, 임기 중반을 넘어 레임덕이 오면 그제야 집권 세력에 칼을 겨누는 일종의 ‘악습’을 되풀이해온 것은 인사와 깊은 관련이 있다. 서슬 푸르던 권력의 힘이 빠지고 임기가 절반 이하로 꺾이면 검사들도 권력의 눈치를 덜 보게 된다. 검찰의 대통령 주변 수사가 항상 임기 후반에 집중된 이유다.

그래서, 역시 중요한 건 인사다. “검찰 개혁의 요체는 인사다. 대통령과 청와대가 인사를 내려놓아야 검찰의 중립이 가능해진다. 물론 문재인 정부는 아직 ‘독립적이고 공정한 검사 인사’를 위한 어떤 개혁안도 내놓지 않았지만. 새로 만든다는 공수처도 핵심 포인트는 인사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

공수처장·소속 검사 인사도 대통령 영향권 아래

그런데 패스트트랙에 올라간 공수처 법안을 보면 여기서도 대통령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제일 중요한 보직인 공수처장은 후보추천위원회에서 대통령에게 2명을 추천하고, 그중 한 사람을 대통령이 고르도록 해놓았다. “저렇게 해놓으면 여야가 각각 자기 몫으로 후보를 1명씩 올리고, 결국 대통령이 여당 추천 인사를 찍는 식으로 갈 수밖에 없다.”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

이는 법무부가 지난 2017년 10월15일 발표한 자체 방안보다 명백히 후퇴한 것이다. 법무부안은 추천위가 국회의장에게 후보 2명을 추천하면 국회에서 그중 1명을 선출하고, 대통령은 임명만 하도록 했었다. 민주당이 야당이던 2016년 박범계 의원이 낸 법안도 후보는 ‘단수 추천’으로 돼 있었다. 대통령의 인사권을 제약하려는 의도가 분명했다. 당시 대통령은 박근혜였다. 하지만 정권을 잡고 나자 달라졌다. 결국 국회의장의 개입을 배제하고, 대통령의 선택권을 키웠다.

국회가 공수처장 후보를 고르는 과정도 대통령 입김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국회에 설치될 7인 후보추천위원회에는 법무부 장관과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협 회장, “대통령이 소속되거나 소속되었던 정당의 교섭단체가 추천한”, 즉 여당 몫 2명과 그 밖의 교섭단체가 추천한 2명이 들어간다. 의결정족수를 ‘재적 위원 5분의 4’ 즉 6명 이상으로 정해놓아 ‘문턱’이 높아진 듯하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니다. 대통령이 앉힌 법무부 장관에 여당 몫 2명, 자체 예산 편성권이 없어 항상 정부에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법원행정처장을 합하면 벌써 4명이다. 야당 몫 2명의 의사는 그때그때 정치 현안에 따라 언제든 ‘거래’가 가능하다.

공수처 검사에 정권이 ‘자기 편’ 심기는 더 수월해 보인다. 수사처검사 등은 7인 인사위원회 추천 → 공수처장 제청 → 대통령 임명 절차를 밟게 되는데, 인사위 의결정족수가 ‘재적 위원 과반수 찬성’이다. 대통령이 임명한 처장에다 차장, 법무부 차관, 국회 몫 3명 중 여당 추천 몫 1명만 더해도 절반이 넘는다.

게다가 공수처검사의 검찰 출신 비율을 ‘절반 이하’(제8조)로 못 박아, 변호사들에게 문호를 활짝 열어놨다. 이건 약이 될까, 독이 될까. “수사기관은 전문성과 공정성이 생명이다. 어느 한쪽이 무너져도 수사기관으로서 제 역할을 못하고 신뢰를 잃게 된다. 검사 출신도 아닌데, 수사 전문성을 갖춘 변호사를 찾기가 쉽겠나. 부실 조사와 돌출 행동으로 논란을 자초한 ‘검찰 과거사 진상조사단’의 재판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검찰 간부)

권력 민감 사건 ‘이첩’받은 뒤 깔아뭉갤 우려

법조계에서 공수처가 우려를 사는 건 인사 문제만이 아니다. 공수처 법안에는 사건이첩에 관한 조항이 있다.

수사처의 범죄 수사와 중복되는 다른 수사기관의 범죄 수사는 처장이 수사의 진행 정도 및 공정성 논란 등에 비추어 수사처에서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하여 이첩을 요청하는 경우 해당 수사기관은 이에 응하여야 한다. (백혜련 의원 대표 발의 공수처 법안 제24조 1항)

기존 검찰이나 경찰이 수사 중인 사건을 공수처가 요구해서 가져갈 수 있다는 뜻이다. 그것도 제3 기관의 중재나 검토 과정 없이 공수처장이 판단해서 요구하면 들어주라고 돼 있다. 이 역시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

“검찰이 대통령이나 청와대 입장에서 껄끄럽거나 부담스러운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예를 들면 서울동부지검이 했던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같은 것 말이다. 당시에도 연일 언론 보도가 나오자 청와대가 얼마나 곤혹스러워했나. 공수처법에는 그런 사건을 공수처장이 이첩해 달라고 요구하면 검찰은 넘겨줘야 한다고 돼 있다. 일단 가져간 뒤에는 수사하지 않고 뭉개도 달리 방법이 없다. 물론 검찰이 뭉개는 걸 공수처가 가져다 수사할 수도 있겠으나, 그보다는 반대의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정권에 불리한 사건은 합법적으로 깔아뭉갤 수 있다.” (대검 중수부장을 지낸 변호사)

수사 대상도 ‘현직’에 국한되지 않는다. 공수처법이 수사 대상으로 명기한 ‘고위공직자’에는 “그 직에서 퇴직한 사람”(제2조 1항)도 포함된다. 경험 많은 검사들에게 물어보면, 현직보다 전직을 수사하기가 훨씬 쉽다고 말한다. 정치적 부담이 없고, 관련자 진술 등 증거 확보도 수월해서다. 정권은 속성상 ‘과거 청산’을 선호하게 돼 있고, 공수처장 역시 정권과는 잘 지낼 필요가 있다. 검찰의 ‘하이에나식’ 수사가 공수처에서도 얼마든지 재연될 수 있는 것이다.

공수처검사도 ‘외부 통제’ 없이 수사와 기소 한 사람이

공수처 검사는 검사의 사법적 통제도 받지 않는다. 직위를 ‘검사’로 만들어 헌법(제12·16조)이 검사에게 부여한 영장청구권을 기존 검사와 똑같이 행사할 수 있다. 기소와 공소 유지도 독자적으로 한다. 한시적인 특별검사와 달리 공수처는 상설 조직이다. “검찰의 힘은 수사 착수권과 종결권 전부를 갖는 데서 나오고, 그 때문에 검찰의 위기도 왔다. 수사를 착수하는 사람이 수사를 종결하도록 해선 안 된다”(문무일 검찰총장)는 것이 검찰의 자성이지만, 공수처에선 수사를 시작한 검사가 기소까지 결정한다. 기존 검찰의 판박이다. 이러면 “통제받지 않는 권력”이라고 비판받아온 검찰의 폐단이 공수처에서도 똑같이 재연될 가능성이 커진다.

국회의 감시와 통제도 느슨하다. “국회의 요구가 있을 때는 수사나 재판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한 출석하여 보고하거나 답변하여야 한다”(제17조 2항)고 돼 있는데, ‘수사나 재판에 영향을 받는다’고 주장하며 출석을 거부하면 강제할 수단이 없다.

이런 공수처를 중립적 수사기관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공수처가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최고 고위층 권력자들”에게 정면으로 칼을 겨눌 수 있을까. 공수처를 두고 “권력 오·남용 근절, 집중된 권한의 분산, 권력기관 간의 상호 견제와 균형 등의 원칙에 따라 설계됐다”는 조국 민정수석의 말은 강변에 가깝다. 검찰이라는 수사기관과 집권 권력의 관계·생리·역사를 알고, 수사 실무에 능통한 사람들일수록 조 수석의 말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낸다.

오히려 공수처는 대통령의 허리춤을 장식할 또 하나의 칼에 가깝다. 검찰이라는 길이 잘 든 보검 하나만 해도 대단한데, 공수처라는 광선검까지 갖추게 되는 모양새다. 거기에 하나 더. 경찰에는 ‘국가수사본부’라는 것이 신설된다. 검찰의 사법적 통제를 받지 않고, 1차 수사 종결권을 갖는다. 물론 정치적 통제는 인사권을 지렛대로 청와대가 한다. 대통령의 칼이 도합 3개다. 이것으로 무얼 하려는 걸까?

대통령에게 ‘광선검’ 쥐어준 뒤 정권 바뀌면, 그 때는?

”우리나라는 강력한 권한을 가진 대통령 중심제 국가입니다. 권력기관들은 본질적으로 청와대를 바라봅니다. 역대 정권은 검찰 하나만 가지고도 막강한 권한을 행사해왔습니다. 공수처라는 권력기관이 하나 더 생기면 이제 양손에 검찰과 공수처를 들고 전횡을 일삼을 위험성이 있습니다. 우병우 민정수석 체제에서 만약 공수처가 있었다면 정말 상황이 더 나아졌을까요? 저는 훨씬 더 나빴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금태섭 민주당 의원, 4월11일 페이스북 글 ‘공수처 설치에 반대하는 이유’)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은 펄쩍 뛸 것이다. ‘문 대통령이 수사기관을 정권 안보에 쓸 리 없다. 검찰을 개혁하겠다는 선의를 왜곡하지 말라’며. 그럼 잠시 뒤로 물러나 이런 가정을 한번 해보자. 우여곡절 끝에 공수처가 출범했다. 그런데 2022년 3월 대선에서 ‘문재인 정부 적폐 청산’을 내세운 자유한국당이 승리한다. 초대 공수처장은 임기(3년)가 남았음에도 정권교체에 맞춰 물러난다. 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 후임으로 2021년 7월에 임명한 세 번째 검찰총장 역시 임기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새 대통령에게 사직원을 낸다. 공수처장과 검찰총장이 새로 임명된다. 그러고 나면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 꼭 다음 대선이 아니어도 정권교체는 언제든 현실이 될 수 있다.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사악한 조건 또는 부도덕한 관행을 고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이 있다고 믿지 말라. 그리고 법을 지나치게 믿거나 의존하려고 하지 말라. 처방 차원에서 탄생한 제도는 적의 손아귀에 들어가기 쉬우며, 오히려 탄압의 도구로 사용되기 쉽다.”

이름 앞에 늘 ‘진보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니는 로버트 브랜다이스(1856~1941년) 미 연방대법관이 무려(!) 100년 전에 남긴 경고다.

강희철 선임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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