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지난 2월14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유명 클럽 ‘버닝썬’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청이 강남권 경찰서를 특별관리하는 등의 ‘유착비리 근절 종합대책’을 4일 내놨다. 최근 와이지(YG)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 마약 투약 의혹 사건, 강남 유명 클럽 ‘버닝썬’ 사건 등 여러 사건에서 경찰 유착 의혹이 불거지자 경찰청 차원의 부패 방지 대책을 세워 시행하기로 한 것이다. 유착비리 근절 대책은 유흥업소 등이 밀집되어 있어 유착 가능성이 큰 ‘강남권 경찰서’ 관리에 집중됐다. 강남권에는 강남·서초·송파·수서경찰서 등이 있다. 우선 경찰청은 서울 강남지역 서울지방경찰청 산하 ‘강남권 반부패 전담팀’을 설치하기로 했다. 전담팀 사무실은 서울 강남지역에 마련되며 강남권 경찰서를 상대로 감찰과 수사, 유흥업소 단속 과정에서 유착이 없는지 적발하는 업무를 주로 할 계획이다.
또 경찰청은 비위가 집중적으로 발생하거나 발생 위험이 큰 경찰관서·부서를 ‘특별인사관리구역’으로 지정해 인적 쇄신 등의 조처를 할 계획이며 민갑룡 경찰청장의 지시로 서울 강남경찰서가 제1호 특별인사관리구역으로 지정될 예정이다. 강남경찰서 외에도 소속 관서 및 부서에 중대 비위가 집중되거나 그럴 우려가 클 경우 심의위원회를 거쳐 특별인사관리구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경찰 관계자는 “특별인사관리구역 지정은 경찰청장 요청으로도 가능하고 지방경찰청장, 경찰서장이 할 수도 있다. 꼭 경찰관서 전체가 아니라 특정 부서에 대해서도 특별인사관리부서로 지정할 수 있다. 강남경찰서는 경찰청장 요청으로 서울지방경찰청장이 특별인사관리구역으로 지정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특별인사관리구역으로 지정되면 최대 5년까지 특별인사 조처한다. 30~70%의 소속 경찰관들을 ‘물갈이’할 수 있고 신규 전입자도 관리 대상이 된다.
수사 제도 전반의 개선도 이뤄진다. 경찰청은 사건 배당을 기존 순번제에서 무작위 방식으로 개선해 수사 대상자와 유착한 경찰이 사건을 배당받을 여지도 줄이기로 했다. 더불어 중요사건은 팀장이 중심으로 수사를 진행해 개인의 부실·축소 수사를 막을 계획이다. 특히 유흥업소와 관련된 풍속사건의 경우 ‘풍속사건 심의위원회’를 설치해 수사·감찰 등이 함께 심사해서 단속 대상 업소를 선정하고 사건을 마무리해 검찰에 넘기기 전 부실·축소 수사 여부를 심사하도록 했다. 또 각 경찰서에 독립적인 ‘수사심사관’ 직위를 신설해 유착·부실수사를 가려내는 감시자 역할을 수행하도록 할 예정이다. 기존 수사부서 산하에 있던 ‘수사 이의 심사위원회’를 지방청장 직속의 ‘경찰 사건심사 시민위원회’로 개편하고, 위원 구성도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소속으로 다원화해 구성할 계획이다. 이같은 제도 마련으로 중요사건 수사 검증에 시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게 한다는 구상이다.
이밖에도 유착비리 전력이 있는 경찰은 수사·단속부서에 근무하지 못하도록 하고, 직무관련성이 있는 퇴직경찰관 접촉 시에는 신고하도록 했다. 유흥업소 단속 경찰에 대한 적격심사 주기도 기존 1년에서 6개월로 단축한다. 특히 ‘경찰발전위원회’ 등 경찰 협력단체 위원의 자격 기준을 마련하고 각종 협력단체를 통폐합하는 등 운영을 쇄신할 계획이다. 앞선 ‘버닝썬 사건’ 당시 강남경찰서 경찰발전위원회에 버닝썬과 특수관계에 있는 호텔 대표가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한겨레> 보도로 알려지면서 유착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이밖에도 경찰은 조직 내부적으로 대대적인 반부패 자정 캠페인을 진행하기로 했다. 전국 경찰서에서는 경찰서장이 100일 동안 100인의 시민들을 만나 경찰의 반부패 정책을 소개하고 다양한 의견을 듣는 ‘100일·100인 반부패 대토론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 이 기간경찰 내부비리에 대해 변호사 또는 신뢰관계자를 통해 대리신고할 수 있는 ‘부패행위 집중 신고 기간’을 운영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대책 시행을 유착비리는 물론 법 집행의 공정성을 의심하게 하는 불투명한 절차와 관행 및 경찰관 개개인의 청렴의식·조직문화까지 재점검하는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환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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