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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국민연금 의결권 민간운용사 행사 ‘주주권 무력화’ 우려

등록 2019-07-05 21:51수정 2019-07-05 22:12

내년부터 510개 국내 기업 주주총회서
국민연금 대신 민간운용사가 의결권 행사
인수합병 안건 등은 위임 배제 검토

재벌 입김 취약…‘독립성’ 담보 장치 부족
한 기업 지분 여러 운용사가 관리하는데
의결권 방향 제각각일시 대비책도 미흡
전북 전주시에 위치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전경. 국민연금공단 제공
전북 전주시에 위치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전경. 국민연금공단 제공

국민연금이 내년부터 민간 자산운용사에 위탁해 운용하는 보유 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위탁운용사에 위임하기로 했지만, 위탁운용사가 국민연금 주주 권익 보호 방침과 다른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등 수탁자 책임 활동을 무력화할 가능성에 대한 충분한 대비책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를 도입하면서 시장 영향력이 과도해진다는 우려를 의식해, 국내 주식 투자 가운데 약 절반인 위탁자산에 대한 주주총회 의결권을 위탁운용사에 넘기기로 했다.

5일 국민연금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회의를 열어,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이 마련한 스튜어드십 코드 후속조치 초안을 보고받았다. 이 초안에는 위탁운용사에 의결권 행사 위임을 어떻게 할지 세부적인 절차를 규정한 가이드라인이 포함돼 있다. 기금운용위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국민연금은 내년부터 기업 510곳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위탁운용사에 맡길 계획이다.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시장 투자 규모는 총 118조2천억원이며, 이 가운데 53조8천억원(45.5%)을 자산운용사에 위탁해 운용하고 있다.

다만, 주주가치 훼손 등 중점 관리 사안이나 기업 인수합병 안건에 대해선 국민연금이 직접 의결권을 행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세부 기준을 위탁운용사가 참고하도록 권고할 방침이다.

그러나 재벌 입김에 취약한 자산운용사들이 독립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기 어렵다는 우려를 누그러뜨리기엔 부족한 조처라는 지적이 나온다. 강정민 경제개혁연대 연구위원은 “국민연금 세부 기준과 의결권 행사 방향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 위탁운용사 선정 시 불이익을 주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짚었다. 경제개혁연대가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과 자체적으로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자산운용사들의 이사·감사 등 임원 선임에 대한 의결권 행사 내역을 비교한 자료를 보면 주주 권익 침해 이력, 사외이사로서 독립성 훼손 우려 등이 제기돼 국민연금이 임원 선임에 반대한 경우는 795건이었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반대한 안건에 대해 자산운용사들도 똑같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경우는 282건(35.9%)에 그쳤다. 국민연금이 부적격이라고 판단한 임원 후보에 자산운용사가 찬성한 경우가 더 많았던 것이다.

국민연금 명의로 된 한 회사 지분을 여러 자산운용사가 나눠서 관리하는 경우가 많은데, 운용사마다 의결권 행사 방향이 다를 경우 국민연금은 보유 지분만큼 온전하게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동일한 주주가 한 사안에 대해 다른 의견을 낸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봐도 온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상법에 따르면 주주가 복수의 의결권을 통일하지 않고 행사할 경우, 회사는 이를 거부할 수 있다. 여러 위탁운용사가 찬반 의결권을 엇갈리게 행사할 땐 국민연금이 보유한 의결권 자체를 행사하지 못하도록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은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기업에 의결권 불통일 행사를 받아들일지 말지 주주총회 전에 물어본 뒤, 불통일 행사를 거부할 경우 직접 의결권을 행사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기업이 의결권 불통일 행사를 받아들일지 여부를 주주에게 알려줄 법적 의무는 없다. 기업이 의결권 불통일 행사 수용 여부를 사전에 밝힌다 하더라도 입장을 번복할 가능성이 있다.

복지부는 이번에 마련된 초안을 토대로 기금운용위 논의 및 공청회 개최 등을 거쳐 올해 9월까지 최종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박현정 한광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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