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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그 여성들은 112 신고를 했지만 가정폭력에 의해 스러져갔다

등록 2019-07-11 15:43수정 2019-09-30 10:43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 “경찰, 가정폭력 이해도부터 높여야”
지난해 10월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열린 ‘국가의 가정폭력 대응 강력 규탄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가정폭력 강력 대응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참가자들은 최근 발생한 “강서구 전처 살인” 같은 사건이 가정폭력에 대한 국가의 대응 부실로 발생했다며 재발방지를 위한 강력한 대응 시스템 마련을 촉구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지난해 10월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열린 ‘국가의 가정폭력 대응 강력 규탄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가정폭력 강력 대응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참가자들은 최근 발생한 “강서구 전처 살인” 같은 사건이 가정폭력에 대한 국가의 대응 부실로 발생했다며 재발방지를 위한 강력한 대응 시스템 마련을 촉구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2017년 11월 당시 22살이던 ㄱ씨는 이혼 절차를 밟던 남편 조아무개(26)씨의 손에 숨졌다. “아이가 아프다”는 말에 찾아갔던 남편의 집에서 ㄱ씨는 성폭행을 당하고 맞았다. ㄱ씨는 남편 몰래 집을 빠져나와 112에 신고를 했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남편에게 성폭행 신고 사실을 알리며 “아내에게 접근하지 말라”는 취지의 경고를 했다. 그러나 “성폭행이 아니라는 증거가 있으면 빨리 사진으로 찍어 남기라”는 조언도 함께 해줬다. 조씨는 경찰의 경고를 듣지 않았다. ㄱ씨가 살던 빌라를 찾아가 ‘보복 살인’을 했다. (▶관련 기사 : ‘스토킹 남편’ 성폭행 신고한 날, 아내가 살해당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두 차례에 걸쳐 ㄱ씨의 사례를 포함해 모두 4건의 가정폭력 사건을 피해자나 그 가족들을 대리해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경찰 진조위)에 진정했다. ㄱ씨처럼 경찰의 가정폭력 사건 초동조처 미흡으로 숨지는 등 피해를 본 이들이었다.

지난 4월 조사 업무가 마무리된 경찰 진조위는 시간 및 인력 부족 탓에 진정이 들어온 4건의 개별 사건을 실제 조사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유사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해 11일 경찰에 가정폭력 사건의 피해자 안전과 인권보호를 강화하는 제도 개선 등에 나서라고 권고했다.

경찰에 접수된 가정폭력 112신고 건수는 2015년 22만7630건에서 2017년 27만9082건으로 1.2배 늘었고 지난해에는 24만8660건을 기록했다. 또 한국여성의전화가 2017년 언론에 보도된 살인 사건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남편(전 남편 포함)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에 있는 남성에 의해 숨진 여성만 85명이었다. 이처럼 가정폭력이나 ‘데이트 폭력’의 문제가 심각한 만큼, 피해자들이 가장 먼저 도움을 요청하는 112신고센터의 초기대응 역시 중요해지고 있다. 실제 여성의전화가 경찰 진조위에 진정한 4건 모두 112신고가 있었던 사건이었다. 경찰 진조위는 권고문에서 “본 사건의 피해자 가운데 한 피해자는 4차례에 걸쳐서 112신고를 했고, 살해당한 2명의 피해자도 각각 1차례, 3차례에 걸쳐 112신고를 했다”며 “피해자들의 112신고에 따라 경찰이 출동하여 대응조치를 취하였지만, 피해자 2명의 살해를 방지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경찰 진조위는 “2018년 가정폭력으로 112에 신고된 24만8660건 중 입건된 수는 4만1720건에 불과하고, 나머지 20만여건은 입건되지 않고 있다. 입건되지 않은 사건의 경우 피해자 보호 절차를 밟는 동안 길게는 10일 이상의 공백이 발생한다”며 “이런 시간적 공백을 메우기 위해 경찰이 (가해자의 피해자 접근을 막는 등) 긴급임시조치를 할 수 있도록 규정되고 있으나 이를 위반해도 제제가 미미해 피해자 보호 효과가 떨어진다”고 밝혔다. 가정폭력특례법에는 긴급임시조치를 위반할 경우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만 부과하게 되어있다.

경찰 진조위는 가정폭력사건 업무가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규정된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보호, 범죄의 예방·진압 및 수사 등에 해당하는 핵심 직무임을 경찰들이 분명히 인식할 수 있도록 경찰청 예규를 개정하는 등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또 “언어장벽으로 인한 보호의 사각지대가 없도록 통역 인력 양성 및 관리 체계 수립 등을 통한 보호 강화 방안을 마련”하라며 이주여성의 가정폭력사건에 대한 대책 수립도 요구했다. 더불어 가정폭력에 대한 경찰의 초기 대응체계를 정비하고, 경찰의 가정폭력에 대한 이해 및 사건처리 업무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할 것도 권고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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