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비리를 저지른 요양원·방문요양센터 명단공개 제도를 도입한 지 5년이 지났으나, 대상 기관이 극소수인데다 이러한 정보마저 확인할 길이 없는 등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4년 보건복지부는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을 개정해 거짓으로 건강보험공단에 1천만원 이상 청구하거나 거짓청구 비율이 급여액의 10%가 넘어 영업정지를 비롯한 행정처분이 확정된 경우, 장기요양기관 명단을 공표할 수 있도록 했다. 노인이나 노인성 질환으로 일상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돌봄’을 제공하는 사회보험제도인 노인장기요양보험 재원은, 건강보험 가입자들이 내는 보험료와 국가지원금, 본인부담금(시설은 비용의 20%, 재가 15%)으로 마련된다.
12일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한겨레>가 입수한 복지부 자료를 보면, 2018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명단공표 대상이 된 장기요양기관은 전국 24곳에 그쳤다. 지역별로 보면 경남 6곳, 부산 5곳, 서울 5곳, 경기 4곳, 전북·인천·대구·경주 각각 1곳이다. <한겨레>가 지난해 건보공단이 실시한 현지조사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장기요양기관 836곳이 부당하게 착복한 건보 재정은 151억9734만원에 이르렀다. 올해 1월말 기준 장기요양기관은 전국 2만1395개에 달하는데 비리 규모나 기관 숫자을 감안하면 명단공개 결정이 부실하게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7년 감사원이 직접 점검한 자료를 보면, 2014~2016년 3년간 명단공개가 가능한 장기요양기관은 653곳이었으나 실제 공개가 결정된 기관은 9곳(1.4%)에 그쳤다.
복지부의 명단공표 지침에 따르면, 비리 장기요양기관 명칭·대표자 및 관리책임자 성명·위반사실·처분내용 등을 관할 지자체 홈페이지와 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 등에 6개월간 공고하도록 했다. 그러나 부모를 요양원에 보낸 보호자나, 방문서비스 이용을 원하는 노인이 이러한 정보를 찾을 길은 사실상 없다. 대다수 지자체 홈페이지에선 비리 장기요양기관 명단 고지를 하고 있지 않았으며, 복지부 지침에 따라 명단을 공표한 경우도 업무정지 기간이 언제부터 언제인지 착복액이 어느 정도인지 구체적인 내용 확인은 불가능했다.
건강보험공단은 해마다 장기요양기관을 평가해 노인장기요양보험 홈페이지(
www.longtermcare.or.kr)에 그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기관 검색창에서 기관 명칭과 소재지를 입력하면 평가정보를 볼 수 있는데, 명단공개 대상인 24곳을 검색한 결과 이들이 행정처분을 받았다는 이력은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서울에 위치한 ㅅ센터의 경우엔 2016년 최우수(A) 등급을 받았다는 정보만 확인이 가능했다.
기동민 의원은 “최근 5년간 해마다 평균 190억원의 장기요양기관 (건보 재정) 부당청구 사례가 확인된 것을 감안할 때 공표제도가 제대로 운영되는지 의문”이라며 “지자체가 명단을 공개하지 않을 경우 건보공단이 자체적으로 공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