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현재 대리모 출산을 직접 규제하는 법이 없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에 있는 서울가정법원 모습. 김태형 기자
“킴 카다시안, 대리모 통해 넷째 출산” “동성 커플 자식 위해 대리모 돼준 어머니”…. 간간이 언론에는 대리모와 관련한 외신 뉴스가 보도된다. 하지만 국내 대리모 관련 기사들은 주로 대리모 자체가 아닌 사기 혐의나 난자 매매 혐의 등으로 입건된 경우가 많다. 국내에서 대리모는 합법일까, 불법일까? 결론은 법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대리모를 직접 다루는 법이 제정된 적이 없다. 비영리 목적의 대리모를 허용하는 내용의 ‘체외수정 등에 관한 법률안’(2006년 4월 발의), 모든 형태의 대리모 계약을 무효로 하는 ‘의료보조생식에 관한 법률안’(2006년 10월) 등의 관련 법안이 몇 차례 국회에 제출됐지만 이해관계자들의 견해 대립으로 법안이 통과되지 못했다.
대리모 출산 자체는 처벌 못해
현재 국내에서 대리모를 둘러싼 사건이 발생했을 때 검찰과 법원에서 적용하는 관련 법은 크게 두가지다.
첫째,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생명윤리법) 제23조 3항이다. 이 조항은 ‘누구든지 금전, 재산상의 이익 또는 그 밖의 반대급부를 조건으로 배아나 난자 또는 정자를 제공 또는 이용하거나 이를 유인하거나 알선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이를 어기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즉 돈을 받고 난자를 제공하는 것이나 이를 알선·이용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하지만 대리모(다른 사람의 배아를 자신의 자궁에 이식받아 출산을 대신 해주는 사람)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대리모 의뢰인도 의뢰인 본인들의 난자와 정자로 체외수정한 배아를 대리모의 자궁에 착상하도록 하면 처벌받지 않는다.
둘째, 민법이다. 민법 제103조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고 돼 있다. 이 조항은 대리모 의뢰인과 대리모(또는 대리모 브로커) 사이에 계약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금전 문제 등 법적 다툼이 벌어질 때 주로 적용된다. 법원은 아이를 낳아주면 2억5천만원을 주겠다고 약정한 계약을 이행하라고 원고가 낸 소송에서 ‘이 사건 약정은 대리모 출산을 조건으로 한 것으로, 민법 제103조에 따라 무효’라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2006년). 즉 대리모 의뢰인들의 권리가 인정되지 않은 것이다. 대리모 브로커가 대리모 계약을 어긴 뒤 계약금을 변제하지 않더라도 의뢰인들이 법적으로는 돈을 돌려받을 길이 없다. 대리모가 낳은 아이의 친권은 누구에게 있을까. 대법원은 ‘출산’한 대리모에게 있다고 판결했다. 이는 1967년 10월 ‘출산으로 법률상 친족 관계가 생긴다’고 해석한 대법원 판례 이후 우리 법원의 일관된 태도다. 서울가정법원은 지난해 5월 대리모 관련 사건에서 “모자 관계는 임신 기간, 출산의 고통과 수유 등 오랜 시간을 거쳐 정서적 부분이 형성된다. 이 정서적 유대 관계는 모성으로서 법률상 보호받아야 한다. 그런데 유전적 공통성을 기준으로 부모를 결정하면, 이런 모성이 보호받지 못하고 출생자의 복리에도 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기존 판례대로, 출산한 어머니(대리모)가 진짜 어머니이고 친권이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리모 계약서에는 일반적으로 “친권을 포기한다”는 내용이 들어간다.
대리모 브로커 김씨는 이런 부분을 악용해 60대 대리모 의뢰인을 속이는 과정에서 “대리모가 출산 이후 친권을 주장하고 있어 법원 소송으로 친권을 회복해야 한다”며 시간을 끌다가 합의 명목으로 서울의 아파트 한채를 추가로 얻어내려 했다.
나라마다 다른 대리모 제도
국외에서 대리모는 합법인 나라도 있고 불법인 나라도 있다.
현소혜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2017년 11월 국회 토론회에서 주제발표한 ‘대리모를 둘러싼 몇몇 쟁점과 해결방안’ 자료를 보면, 영국과 미국의 일부 주는 합법이고 독일과 프랑스는 불법이다.
영국은 대리모계약법이 있다. 이 법은 영리 목적의 대리모 계약은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처벌하는 반면, 비영리 목적의 대리모 계약은 허용한다. 수정란 착상을 통한 출산의 경우 ‘인간 수정 및 발생에 관한 법’에 따라 법적인 어머니(친권)는 대리모가 된다. 다만 대리모 의뢰 부모는 법원에 친권명령을 청구해 법적 부모의 지위를 얻을 수 있다.
미국은 주마다 대리모 허용 여부 등에 다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비영리는 물론 영리 목적의 대리모까지 허용하고 법률혼 관계에 있지 않은 커플에게도 대리모에 의한 출산을 허락하는 등 대리모 계약을 광범위하게 인정한다. 뉴욕주는 영리 목적의 대리모 계약은 무효로 보고, 계약을 체결하는 사람에게 벌금을 부과한다. 비영리 목적의 대리모 계약은 효력을 인정하지만, 계약 이행을 법적으로 강제하지는 않는다.
독일에선 대리모가 불법이다. 배아보호법으로 대리모에게 인공수정을 시행하거나 수정란을 착상시키는 행위를 처벌하고, 입양알선법에선 대리모 알선 행위도 금지한다. 영리 목적이든 비영리 목적이든 대리모 계약을 모두 허용하지 않는다.
프랑스 역시 불법이다. 형법으로 대리모 시술을 한 의사와 대리모 알선·광고를 한 사람을 처벌한다. 민법은 다른 사람을 대신해 임신 또는 출산하는 행위와 관련한 모든 합의를 무효로 규정한다. 영리든 비영리든 목적을 불문하고 모든 형태의 대리모 계약이 허용되지 않는다.
일본은 대리모 계약의 허용 여부나 대리모로부터 출산한 자녀의 모자 관계 등을 확정하기 위한 법률을 따로 두고 있지 않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상황이다. 베트남은 2015년부터 상업적 대리모 계약을 완전히 금지하고, 특정 요건 아래에서 비상업적 자궁대리모 계약의 효력을 인정하고 있다.
한 변호사는 “현재 국내법상 대리모는 법의 사각지대에 있지만, 현실에서는 대리모 출산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관련 법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리모 출산은 여성의 도구화 및 건강권 침해, 난임·불임 부부의 행복추구권, 대리모가 낳은 아이의 인권 문제 등 쟁점별로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어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