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비서를 상습 성추행한 혐의로 피소된 뒤 미국으로 출국한 김준기(75) 전 디비(DB)그룹(옛 동부그룹) 회장이 가사도우미를 성폭행한 혐의로 추가 피소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미국에 있는 김 전 회장을 체포하지 못한 경찰은 비서 성추행 및 가사도우미 성폭행 의혹 사건을 모두 지난해 5월 기소중지 의견으로 검찰 송치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김 전 회장의 가사도우미였던 ㄱ씨가 지난해 1월 김 전 회장을 성폭행 혐의로 고소했다고 16일 밝혔다.
경찰의 설명을 종합하면, ㄱ씨는 2016년부터 약 1년 동안 경기도 남양주의 별장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할 당시 김 전 회장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고소장을 제출했다. 경찰은 고소인 조사는 마쳤지만, 김 전 회장이 2017년 7월 병 치료를 이유로 미국으로 출국해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에 피고소인 조사는 진행하지 못했다.
앞서 15일 <제이티비씨>(JTBC)가 공개한 ㄱ씨와 김 전 회장의 대화 녹취 내용을 들어보면, 김 전 회장은 ㄱ씨가 명확하게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나 안 늙었지. 나이 먹었으면 부드럽게 굴 줄 알아야지. 가만히 있어”라고 말하는 등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성폭력을 시도하는 정황이 담긴 대화가 등장한다.
경찰은 외교부와 공조해 소환조사에 불응한 김 전 회장의 여권을 무효화하고,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한 상태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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