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이 지난 3월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이명박 전 대통령 항소심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 항소심 재판에서 ‘삼성그룹이 50억여원 상당을 이 전 대통령에 추가 지원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이 전 부회장이 이 전 대통령 항소심 재판 증인으로 나온 건 이번이 두 번째다.
17일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 심리로 열린 이명박(78) 전 대통령의 항소심 재판에서 이학수(73) 전 삼성그룹 부회장은 2007년 대통령 선거 전 후 두 차례에 걸쳐 최도석 당시 경영총괄담당 사장에게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자금 지원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 전 부회장은 “이 전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자이던 시절, 에이킨검프(다스의 미국 소송을 대리하는 로펌) 김석한 변호사가 찾아와서 지원을 요청한 적이 있다. (이건희) 회장님께 승인을 받아은 뒤 최 사장에게 ‘김석한이 요청하면 그렇게 해주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대통령이 취임한 후 또 한 번 김석한 변호사가 찾아와서 ‘청와대 다녀왔다. 이후 계속해서 비용을 지원해달라’는 취지로 이야기해서 역시 회장님께 말씀드리고 자금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이 전 부회장은 미국법인의 송금 내역은 ‘삼성그룹이 이 전 대통령을 지원한다’는 의미라고 증언했다.
이날 이 전 부회장은 이 전 대통령의 추가 뇌물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증인으로 소환됐다. 검찰은 삼성 본사뿐 아니라, 삼성전자 미국법인도 2008년 3월부터 다스의 미국 소송을 대리한 로펌 에이킨검프로 51억6천만원 상당을 지원했다고 보고 뇌물 액수를 추가해 공소 사실을 변경했다.
이 전 부회장은 지난 3월27일 이 전 대통령 항소심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2007년 하반기 삼성이 김석한 변호사 권유에 따라 이 전 대통령에게 자금을 지원했다”, “삼성에서 지원한 자금은 대선후보였던 이 전 대통령을 위해 쓰였을 것”이라는 취지로 증언한 바 있다. 과거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 재임 때 청와대로부터 다스의 미국 소송비를 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건희 회장에게 보고한 뒤 68억여원의 소송비를 지급했다. 이 회장 사면복권을 기대했다’는 ‘자수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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