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이인수 전 수원대 총장의 사학비리 보도와 관련해 <한겨레>와 소속 기자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5부(재판장 이동욱)는 정 전 의장이 “허위보도를 통해 명예가 훼손됐다”며 <한겨레>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지난 17일 기각했다. 정 전 의장은 2013년 국정감사에서 이인수 전 수원대 총장의 증인채택을 막기 위해 자신이 동료 의원들에게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2014년 11월과 2016년 2월 <한겨레>가 보도하자, 2016년 7월 국회의장 신분으로 5000만원의 손해배상 및 정정보도 소송을 <한겨레>와 소속 기자를 상대로 제기했다. 국회의장이 언론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낸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1심 선고 결과를 보면, 재판부는 정 전 의장이 허위라고 주장한 당시 <한겨레> 보도를 모두 사실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정 전 의장)가 2013년 국정감사를 앞두고 (당시 국회 교육문화위 소속인 같은 당의) 안민석 의원에게 전화하여 ‘이인수 쪽 입장을 들어봐 달라’고 청탁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설령 원고(정세균)가 안민석에게 증인채택 문제를 직접 거론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안민석과 원고의 관계, 원고의 지위 등을 고려할 때 위와 같은 행위는 압력행사로 비칠 여지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정세균 전 국회의장의 이인수 전 수원대 총장 비호 의혹을 보도한 2016년 2월27일치 <한겨레> 1면. 정 전 의장은 국회의장 취임 직후인 2016년 7월 한겨레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또한 재판부는 <한겨레> 기사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기사는 다선 국회의원이자 국회의장 후보로 거론되던 유명 정치인인 원고의 의정활동 관련 의혹에 관한 것으로서 객관적으로 볼 때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며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모두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100억원대 사학비리에 연루돼 재판을 받고 있는 이 전 총장은 정 전 의장과 고려대 71학번 동창으로 알려져 있다. 3년 동안 이어진 소송 과정에서 정 전 의장 쪽은 여러 경로를 통해 <한겨레>가 사과의 뜻을 밝히면 소를 취하하겠다는 뜻을 전해 오기도 했다.
김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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