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소득세 156억을 포탈한 혐의를 받는 엘지(LG) 총수일가 재판에서 검찰이 구광모 엘지 회장의 친부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등 총수일가 14명에게 모두 58억원의 벌금형을 구형했다. 주식거래를 담당했던 임원들에게는 징역 5년과 최대 200억원의 벌금형을 구형했다. 선고는 9월6일 이뤄질 예정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송인권) 심리로 23일 열린 엘지 총수일가 조세포탈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주식매매 당사자인 총수일가 피고인 14명에게 각각 200만~23억원의 벌금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들이 경영권 유지를 위해 상호간 주식거래를 하면서도 특수관계인들 거래시 20% 할증되는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구본능 회장에게 가장 많은 벌금 23억원이 구형됐고, 구자경 엘지 명예회장의 둘째딸 구미정씨에게 벌금 12억원, 구광모 회장의 누나 구연경씨에게 벌금 3억5천만원이 구형됐다.
거래를 직접 진행한 전·현직 엘지 재무관리팀장 두 명에게는 징역 5년과 각각 벌금 130억원, 200억원이 구형됐다. 이들은 엘지 재무팀에서 2007~2017년까지 14명 총수일가의 주식거래를 주도해 양도소득세를 탈루한 혐의를 받는다.
이날 최후 진술에서 총수일가는 말을 아꼈다. 구본능 회장은 “따로 드릴 말씀은 없다”고 했고, 다른 총수 일가들은 “판사님의 현명한 판단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엘지 사외이사를 맡으면서 엘지 쪽 변호를 맡아 논란이 된 노영보 변호사는 “국세청은 신문이나 주식변동 조사로 이미 (사주일가의) 주식 거래 방식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과거 정권에선 과세한 적이 없었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국세청이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꾼 것이 아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재판의 쟁점은 엘지 재무관리팀이 주도한 총수일가 간 통정매매 형식의 주식거래가 조세포탈이라는 부정한 목적을 위한 것이었는지 여부다. 검찰은 엘지 쪽이 통정매매 사실을 숨기기 위해 불특정 다수 중 한 명인 것처럼 장내에서 주식거래를 했다는 입장이다. 통화 녹음을 피해 휴대폰으로 증권사와 연락을 취하고, 거래 주문표를 허위 작성한 정황도 지적했다. 반면 엘지 쪽은 “주식 동시 매매는 했지만, 주식 시장의 시세조종 목적이 없었고 제3자가 개입할 수 있었기 때문에 통정매매는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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