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5시30분, 고양이 ‘자두’를 기르던 경의선 숲길의 한 맥주가게 앞. 자두를 추모하는 시민들이 꽃과 포스트잇을 남기고 갔다.
지난 13일 경의선 책거리 인근에서 고양이 ‘자두’가 한 남성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된 뒤, 피의자를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편 자두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정아무개(39)씨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24일 오후 5시30분께 서울 마포구 경의선 책거리에 위치한 한 음식점 앞에는 자두 추모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곳은 자두를 기르던 예아무개씨가 운영하는 맥주 가게로, 자두는 지난 13일 가게 근처의 화분에 앉아 있다가 정씨에 의해 살해당했다. 마포구에서 길고양이를 돌보는 이들의 커뮤니티인 ‘마포구동네고양이친구들’(마동친) 회원들은 이날 4시께부터 탄원서 받기 시작했다. 가게 주변에는 추모의 의미를 담은 국화꽃이 놓여있었고,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메시지를 담은 포스트잇도 70여장 붙어있었다.
이날 탄원서를 쓰기 위해 가게 인근을 찾은 시민들은 “끔찍한 수법으로 자두를 죽게 만든 범인을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 주민 홍아무개(42)씨는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으로서, 이런 범죄 사건이 알려질 때마다 이민을 가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같은 동네 주민 김아무개(40)씨는 “범행 영상을 보고 충격적이고 끔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경의선 숲길 공원을 자주 이용하는 동네 주민으로서 무섭기도 하다”고 말했다. 마동친 회원인 한아무개(50)씨는 “반려견, 반려묘가 보편화된 시대에 이런 일이 벌어지고 또 미약한 처벌을 받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두를 길러오던 이 가게 주인 예씨는 “자두를 떠올릴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며 “이번 기회로 동물보호법이 개정돼 동물 대상 범죄에 대한 처벌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씨는 “자두는 영하 15도의 날씨에 구조를 해서 그런지 몸이 허약했다”며 “사료를 바꾸고 몸이 좋아져 막 사람 손을 타기 시작했을 무렵에 끔찍한 일을 겪게 됐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면서 “자두를 죽이기 전 피의자는 이미 사료에 세제를 타는 등의 준비를 했고 범행을 계획했다. 엄히 처벌해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동물보호법이 개정돼 동물 대상 범죄에 대한 처벌수위가 올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 서부지방법원 최유신 영장전담판사는 이날 저녁 5시45분께 자두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정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정씨가) 범행을 대체로 인정했고 조사에 성실히 임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없다”고 밝혔다.
정씨는 지난 13일 경의선 책거리 인근 한 맥주가게 앞에서 자두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현장 폐쇄회로(CC)TV를 보면 정씨가 고양이를 잡고 수차례 내던지는 장면이 나온다. 고양이 사체는 수풀 안에서 발견됐다. 현장에서는 세제로 추정되는 가루가 묻은 고양이 사료도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16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고양이를 잔혹하게 살해한 범인을 잡아 강력처벌 해주세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동물보호법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오후 5시께 5만4천여명이 청원에 참여했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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