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발생 4년만에 수사, 재판
검찰 “노조 확산막으려는 기업,
삼성 이익 위한 정보경찰 합작품”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이 지난 2014년 5월 서울 서초동 삼성 사옥앞에서 '삼성전자서비스 지회의 승리를 기원한다'는 유서를 남기고 사망한 고 염호석 씨 영정 앞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2014년 삼성 쪽 노조 탄압에 항의하다 목숨을 끊은 염호석 삼성전자서비스 양산센터분회장의 장례를 가족장으로 치르도록 유족과 삼성의 합의에 개입한 정보경찰들이 모두 징역형을 구형받았다. 사건 발생 뒤 4년이 흘러서야 수사가 시작돼 첫 선고를 앞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정계선)는 고 염호석씨 장례 과정에서 삼성 쪽 편의를 봐준 뒤 뇌물을 받은 혐의(부정처사후수뢰) 등으로 기소된 경남 양산경찰서 정보보안과장 하아무개(57)씨와 전직 정보계장 김아무개(61)씨의 결심 공판을 24일 열었다. 검찰은 하씨에게 징역 2년6개월을 김씨에게 징역 2년형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염호석씨 장례가 노조장에서 가족장으로 변경되고, 모두의 눈을 피해 시신을 화장한 것은 경찰과 삼성의 도움 없이 어렵다는 의심이 들었다. 하지만 구체적 증거가 없어 4년간 실체 파악을 못했다”고 운을 뗐다. “(이 사건은) 노조 확산을 막겠다는 거대 기업과 돈에 눈이 먼 유족, 삼성의 이익을 위해 공무를 수행한 정보경찰의 합작품”이라며 “뒤늦게나마 정보경찰의 미명 하에 죄의식 없이 자행된 공권력 개입을 확인했다. (피고인은) 국민 봉사자로서 직무수행을 다해야 함에도 직분을 망각하고 삼성의 봉사자로서 수많은 범죄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이들은 2014년 5월 염씨가 숨지자, 염씨 장례 절차 전반에 걸쳐 삼성 쪽 편의를 봐 준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정보과장인 하씨가 양산서 정보관들을 서울의료원 강남분원으로 올라가 유족을 돕도록 지시한 것으로 본다. 김씨는 병원에서 노조와 대치할 때 염씨의 부친이 112 허위 신고를 하도록 시키고, 삼성이 유족과 합의하도록 브로커를 소개하는 등의 역할을 한 혐의를 받는다.
두 정보경찰은 그 대가로 삼성으로부터 천만원을 받아 개인적으로 유용하고, 양산서 정보관들끼리 양복을 맞춰 입기도 했다. 검찰은 이들이 “치안 수요 때문에 개입했다고 하나 합의금을 배달하고, 삼성에게 금전을 수수한 행태를 보면 치안은 명목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하씨와 김씨는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씨 쪽은 “김씨가 알아서 한 일이고, 서울에서의 일을 양산에서 보고받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하씨에게 상부 지시를 받았는지도 물었으나 하씨는 이를 부인했다. 최후 변론에서는 “현장 상황을 정보과장이 일일이 보고받거나 지시할 수 없다. 상부와 연계된 것이 없는 걸 있다고는 말 못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씨 쪽은 “정보과장의 지시로 서울에 올라갔다”며 하씨와 상반되는 주장을 했다. 염씨 부친에게 112 신고를 종용한 혐의도 부인했다. “112 허위 신고 관련 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경찰청 정보관이나 강남서 경찰관들은 조사하지 않았다. 강남서나 경찰청에서 112 신고를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선고는 9월 6일 예정이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