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일초등학교 학생들이 25일 오전 학교 과학실에서 포르말린 용액이 유출되면서 대피하고 있다. 구로소방서 제공
서울 구로구 구일초등학교 과학실에서 포르말린 용액이 유출돼 학생과 교직원 1200여명이 대피하고, 전교생이 하교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구로소방서 관계자는 “25일 오전 10시40분께 구일초등학교 2층 제1과학실에서 화학 용액 포르말린 300㎖가 유출돼 학생과 교직원 1200여명이 대피했다”며 “소방당국은 오전 11시57분께 프로말린을 모두 수거했고, 인명 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과 학교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구일초등학교 시설담당 직원(주무관) 3명은 제1과학실 보수작업을 위해 과학실 싱크대 밑에 있던 생물표본이 담긴 1.5ℓ 크기의 병을 옮기던 중 병이 한쪽으로 기울면서 병의 윗부분이 깨졌다. 생물표본이 담긴 병에는 표본의 보존액인 프로말린이 가득 차 있었고, 병이 깨지면서 프로말린 300㎖가 흘러나온 뒤 공기중으로 빠르게 기화했다. 당시 과학실에는 주무관 3명과 과학실 담당 실무사 2명 등 5명이 있었고, 학생들은 없었다.
서울 구로소방서 대원들이 25일 서울 구일초등학교 제1과학실에서 유출된 포르말린 용액을 수거하고 있다. 구로소방서 제공.
프로말린이 유출된 직후 학교는 제1과학실에서 가까운 본관 2층에 있는 1학년 7반과 8반, 9반 교실 학생들을 먼저 보건교육실과 시청각실 등으로 대피시켰고, 이후 오전 11시30분께 교직원과 학생 1200여명이 체육관과 운동장으로 전원 대피했다. 학교는 학생들의 점심 급식도 진행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해 낮 12시 전교생을 모두 하교시켰다.
방부제나 소독제, 접착제로 쓰이는 포르말린은 폼알데하이드를 녹인 수용액(37%)으로 어린아이들에게 노출됐을 때 해로울 수 있다. 강모열 서울 성모병원 교수(직업환경의학과)는 “포르말린은 수용액의 경우도 독성이 강해서 눈이나 코, 목 등의 점막에 자극 증상이 올 수 있고, 수증기 상태에서 호흡기로 흡입해도 천식이나 아토피가 심한 아이들의 경우 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며 “따로 해독제가 없기 때문에, 공기 중에 노출될 경우 최대한 빨리 물로 얼굴 등을 세척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이 학교는 26일 학생들을 정상 등교시켜 예정대로 방학식을 진행하고, 남은 생물표본액 등은 업체 등을 불러 처리할 계획이다.
권지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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