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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믿고 돈 맡겼는데”…은행 PB 고객 돈 수억원 빼돌려

등록 2019-07-28 16:07수정 2019-07-29 09:20

시중은행 PB, 고객 돈 3억여원 횡령
피해자, 횡령 등 혐의로 PB 경찰에 고소
가짜 투자처 만들어 투자 권한 뒤 착복
퇴사 전까지 은행도 몰라…은행 “조사 중”
국내 시중은행의 개인자산관리사(PB)로 일한 김아무개씨가 이아무개씨에게 ‘미국 국채 채권’에 가입할 것을 권유하며 보여준 고정 이율표. 이씨는 PB인 김씨가 허위 채권에 가입을 유도하며 자신의 돈 수억원을 빼돌렸다며 횡령 등의 혐의로 김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사진 이아무개씨 제공.
국내 시중은행의 개인자산관리사(PB)로 일한 김아무개씨가 이아무개씨에게 ‘미국 국채 채권’에 가입할 것을 권유하며 보여준 고정 이율표. 이씨는 PB인 김씨가 허위 채권에 가입을 유도하며 자신의 돈 수억원을 빼돌렸다며 횡령 등의 혐의로 김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사진 이아무개씨 제공.
시중 은행의 한 개인자산관리사(PB·private banker)가 고객돈 수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고객이 개인자산관리사에게 투자금을 ‘현금’으로 건넨 탓에, 은행은 문제의 직원이 퇴사할 때까지 고객의 피해를 인지하기 못했다.

경기 안양동안경찰서는 “국내 ㄱ은행의 개인자산관리사 김아무개씨가 사문서를 위조해 고객의 돈을 빼돌렸다는 고소장이 접수돼 수사에 착수했다”고 28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 6월까지 해당 은행에서 개인자산관리사로 근무했으며, 지금은 퇴사한 상태다.

<한겨레>의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개인자산관리사 김씨는 지난 2017년 12월 자신의 오랜 고객 이아무씨에게 ‘수익율이 좋은 안정적 펀드를 소개해 주고 싶다’며 미국 국채 채권에 가입할 것을 권했다. 김씨는 이씨에게 5~17%에 달하는 고정이율이 적힌 상품소개서를 보여줬고, 김씨를 신뢰한 이씨는 자신의 계좌에 있던 자산 23만4000달러(한화 2억8000만원 가량)를 채권에 투자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김씨가 투자를 권한 ‘미국 국채 채권’은 존재하지 않는 가짜 채권이었다. 김씨는 이씨가 투자 요청한 23만4000달러를, 자신이 관리하던 이씨의 또다른 계좌로 옮기며 채권에 투자했다고 이씨를 속였다. 이씨가 환전을 부탁하며 3만달러(한화 3500만원) 등을 건네면, 이씨 계좌의 돈을 인출해 환전한 뒤 달러는 자신이 중간에서 가로챘다. 뿐만 아니라 이씨가 추가로 채권에 투자해 달라며 건넨 현금 9만5000달러(1억1300만원)도 계좌에 입금하지 않고 빼돌렸다. 김씨는 “49명이 단체로 가입하는 상품이라 개별 계약서를 쓰지 않는다”며 이씨를 속였고, 이씨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수시로 수익 정보를 공유했다. 이같은 방식으로 지난해 3월부터 9월까지 김씨가 빼돌린 이씨의 자산은 31만5000달러(한화 3억7200만원)에 달한다.

김씨의 범행은 고객 이씨가 투자금 인출을 시도하면서 탄로났다. 지난달 이씨는 돈을 인출하기 위해 김씨가 근무하는 지점을 방문하려 했지만, 김씨는 ‘어머니 건강이 위중하다’ ‘지점을 떠나 본사로 간다’ 등의 이유로 이씨와의 만남을 미뤘다. 그리고 만남을 약속한 지난달 10일 김씨는 나타나지 않았다. 은행에 확인 결과 김씨는 이미 일주일 전 퇴사한 상황이었다. 김씨와 함께 이씨 계좌에 있어야 할 수십만 달러도 사라진 상황이었다. 결국 이씨는 김씨를 업무상 횡령과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은행은 김씨가 퇴사할 때까지 이씨의 피해를 인지하지 못했다. ㄱ은행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은행은 ‘나온 돈은 들어가고, 들어간 돈은 나와야 한다’를 원칙으로 매일 기록상 오차를 확인한다. 그런데 이 사건은 현금 거래를 한 데다 영수증을 쓰지 않은 경우도 많아, (횡령을 의심할 만한) 전산 기록이 남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이씨의 피해도 바로 알아차리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이씨가 김씨에게 계좌 비밀번호를 공유한 것도 피해를 키웠다. 이씨는 “지난 3년간 거래를 하면서 문제가 없었고, 국내 유명 은행의 자산관리사가 믿고 비밀번호를 공유했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거래 기록이 남지 않으면 은행이 손실 보상에 바로 나서기 어렵다”며 “계좌이체를 하고 현금을 맡길 때에는 은행 창구를 통해 공식적으로 입금해야 한다. 계좌 비밀번호는 절대 공유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개인자산관리사 김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해당 은행에서 개인자산관리사로 일하며 이씨의 자산 31만5천달러를 횡령한 혐의’에 대해 묻자 “그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할 내용이 없다”며 답을 피했다. 김씨는 이달 있었던 은행 본사 조사에서 자신의 혐의를 모두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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