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 빗물펌프장 실종자 2명 끝내 숨진 채 발견

작업자 3명 모두 사망 확인…현대건설과 양천구청, 서로 책임 떠넘기기 급급

기습 폭우가 내린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빗물펌프장에서 노동자들이 고립돼 구조대원들이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다. 소방당국은 깊이 약 40m의 터널형 저류시설에 들어간 작업자들이 폭우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면서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박종식 기자 [e-mail]

서울 양천구 목동의 빗물 펌프장 안 배수터널에서 일하다 갑자기 쏟아진 폭우로 고립됐던 노동자 2명이 1일 끝내 숨진 채 발견됐다. 이번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모두 3명이 됐다.

서울소방재난본부와 양천소방서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날 새벽 5시42분과 47분께 터널 입구에서 약 200m 들어간 지점에서 주검 2구가 발견됐다. 이름이 확인되지 않은 미얀마 출신의 20대 노동자가 먼저 발견됐고 시공사인 현대건설 직원 안아무개(30)씨가 이어서 발견됐다. 두명은 발견 당시 모두 숨진 상태였다. 소방당국은 이들의 신원을 확인하고 인근 이대목동병원으로 옮겼다.

전날 오전 8시24분쯤 목동의 깊이 40m 빗물 저류 배수시설에서 작업자 3명이 고립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고립된 3명 가운데 협력업체 직원 구아무개(65)씨는 심정지 상태로 구조대에 발견돼 이대목동병원으로 후송됐지만 오전 11시2분께 사망했다. 앞서 오전 7시10분께 구씨와 미얀마 출신의 20대 노동자는 일상 점검차 수로에 들어갔다. 이들이 수로에 들어간 지 20분 뒤인 오전 7시30분께 서울에는 호우주의보가 발령됐다. 안씨는 호우주의보가 발령된 지 20분 뒤인 오전 7시50분께 수로로 들어간 작업자들에게 위험 상황을 알리기 위해 뒤따라 들어갔다가 사고를 당했다. 수로에 노동자들이 있었는데도 지상 저류소에 차오른 빗물을 흘려보내기 위해 수문이 열리면서 높이 10m의 수로 안에는 3.9m까지 물이 차올랐다.

사고 원인을 두고 시공사인 현대건설과 빗물펌프장 관리 책임을 진 양천구청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모양새다. 31일 비가 내린다는 사실이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었는데도 작업을 시작할 당시 비가 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점검 활동이 이뤄진 것이다. 더불어 현대건설 쪽은 수문을 개폐할 수 있는 제어실 비밀번호도 몰랐고, 양천구청은 현장에 노동자가 있는지도 모른 채 위험 통보를 늦게 했다. 심지어 시범운영 기간에 적용할 안전 매뉴얼도 마련되어 있지 않아 31일 현장 브리핑에서는 서로 책임 소재를 가리기 바쁜 상황이었다. (▶관련 기사 : 또 ‘인재’…목동 빗물펌프장 수문 개방 책임 공방)

경찰은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전담팀을 꾸렸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이날 “형사과장을 팀장으로 한 15명 규모의 수사전담팀을 꾸렸다”며 “공사 관련자의 진술과 사고당시 시시티브이(CCTV) 영상, 국과수 합동 감식 등을 종합해 사고 원인을 철저하게 규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유진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