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습적인 폭우가 내린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빗물펌프장에서 노동자들이 고립돼 구조대원들이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지난 31일 발생한 서울 목동 빗물 펌프장 수몰 사고 당시 작업 중이던 노동자들에게 위험 상황을 알리기 위해 수로에 들어갔다가 사고를 당한 시공사 현대건설 직원 안아무개(30)씨의 아버지가 아들을 잃은 슬픔과 안전사고 책임이 있는 서울시·양천구의 태도를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써 주변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안씨의 아버지는 2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남긴 글에서 생전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냈다. 그는 이 글에서 세상을 떠난 아들에 대해 “못난 부모 만났지만 언제나 꿋꿋하고 의젓하게 철없는 엄마, 아빠를 더 많이 이해하고 챙겼던 아들”이었다며 “신문과 영화에서 보았던 일이 갑자기 덮쳐서 지금도 손이 떨리고 있고 가슴이 매어온다”고 심경을 전했다.
이어 “(내 아들이) 뭐라고 그 사지에 죽음의 경계에 하청직원들을 구하기 위해 40m 지하로 들어갔나. 사고가 난 지 24시간 다 되어 시신을 찾았지만 그 시간을 지켜보던 (다른) 가족들 역시 산 사람이 아니었다”라고 덧붙였다.
목동 빗물 펌프장 수몰 사고 당일 작업 중이던 노동자들에게 위험 상황을 알리기 위해 수로에 들어갔다가 세상을 떠난 시공사 현대건설 직원 안아무개(30)씨의 아버지가 2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남긴 글.
또 안씨의 아버지는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지적했다. 그는 “작업자가 (지하수로에) 들어가 있는 상황에서 자동 설정돼 있던 수문이 열렸지만,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 서울시와 양천구청은 (노동자들에게) 위험상황을 카톡으로 알렸다”며 “주무관서가 발주처가 되고, 건설은 시행사가 하고, 다시 하도급 업체 노동자가 현장 일을 하는 구조 속에서 컨트롤타워의 책임주체는 (위험상황을) 오로지 카톡으로 알리면 끝이다”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자신의 아들은 상황이 위급하다고 판단해 노동자들에게 직접 소식을 전하려다가 사고를 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시공사 직원으로 하청 직원들을 관리 감독했던 아들도 하청회사에 위급 상황을 카톡으로만 전달해도 됐지만, 위급한 상황이었기에 직접 노동자들을 구하려 (지하로) 내려갔다”며 “만약 아들이 이들(서울시·양천구)과 같이 지시만 했다면, 직접적 책임자인 아들은 비난의 화살을 받아야 했을 것이다”라고 썼다.
마지막으로 그는 아들의 주검이 발견된 지 하루가 다 되도록 사과 한 마디 없이 시공사에만 잘못을 떠넘기는 서울시와 양천구의 태도 변화를 요구했다. “공사를 최종 관리감독하는 서울시는 아직까지 가족한테 어떠한 사과도 하지 않았고, 수문 개폐의 책임이 있는 양천구도 마찬가지다. 모든 잘못을 안전관리 미숙인 시공사 잘못으로 돌리고 있다”며 “(서울시와 양천구에) 제일 분노하는 것은 인재 사고에 대한 책임도 중요하지만 슬픔을 당한 가족에 대한 책임 있는 태도(가 없는 것)”이라고 글을 마무리 지었다.
한편, 현대건설 노조는 2일 사내 게시판을 통해 안씨의 유가족을 돕기 위해 임직원 모금행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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