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지위를 인정받은 이란 국적 김민혁(16·오른쪽)군과 그의 아버지가 8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출입국외국인청 별관에서 난민 재심사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이날 난민 재심사에서 민혁군의 아버지는 난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이란 출신 난민 김민혁(16)군 아버지 ㄱ씨가 재심사 끝에 결국 난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했다.
ㄱ씨의 법률 대리인인 이탁건 변호사(재단법인 동천)는 8일 서울 양천구 출입국·외국인청 별관 앞에서 서울출입국·외국인청장 명의의 난민불인정통지서를 공개하고 “ㄱ씨가 난민 인정을 받지 못했다. 다만 미성년자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인도적 체류가 결정됐다”고 밝혔다. 통지서에는 ‘ㄱ씨의 주장은 난민협약 제1조 및 난민의정서 제1조에서 규정한 ‘박해를 받게 될 것이라는 충분히 근거 있는 공포’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적혀 있다.
김민혁 군이 8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출입국외국인청 별관에서 아버지의 난민지위 불인정 통지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박종식 기자
인도적 체류 지위는 출신국에서 심각한 인권침해를 당할 위기에 처한 사람에게 국가가 제공하는 보호 조처다. 이에 따라 ㄱ씨는 한국에 머물 수 있지만, 1년 단위로 ‘기타(G-1) 비자’를 연장해야 한다. 이 변호사는 “인도적 체류자가 취업 허가 내용에 있어서 난민 인정자보다 제약이 많다”며 “앞으로 어떤 일을 하실지는 논의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아들 김군과 ㄱ씨, 변호인 등은 출입국청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ㄱ씨는 “성당에서 세례를 받고 공부를 하고 그것에 맞는 교리를 따랐는데 그것을 인정해주지 않고 미성년자인 자녀가 있다는 것만으로 인도적 체류를 내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이의신청을 하고 추후 소송도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김군은 “마지막 남은 제 가족인 아빠가 난민 인정은 안 됐지만 체류는 할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면서도 “제가 3년 뒤면 성인이 되는데 그러면 아버지와 같이 못 있게 된다. 아빠가 꼭 다시 난민 인정을 받아서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군이 졸업한 아주중학교 교사 오현록씨는 “김군과 아버지의 난민신청 사유는 동일하다”며 “똑같은 이란 사람이고 같은 종교인데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김군과 같이 아주중에 다니며 난민 인정 운동을 한 김지유(17)양은 “민혁이가 같이 지내는 가족이 아버지뿐이라서 같이 난민 인정 지위를 받아야 아버지도 한국에서 일자리나 의료 서비스를 받으며 지낼 수 있는데 인정이 안 돼서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민혁이의 난민 인정을 도왔던 것처럼 민혁이 아버지의 인정도 돕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국적 김민혁(16·한국이름)군이 8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출입국외국인청 별관에서 아버지와 함께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박종식 기자
이란인인 ㄱ씨는 2010년 당시 7살이던 아들 김군과 함께 한국에 온 뒤 천주교로 개종했다. 이후 종교적 난민을 신청했으나 2016년 난민불인정 처분을 받았고, 이어진 1·2심 소송에서도 패소했다. 이후 지난 2월19일 난민지위재신청을 했다. 앞서 김군은 지난해 아주중 친구들의 도움 등으로 인해 재심사를 통해 난민지위를 인정받았다.
ㄱ씨는 난민법 제21조1항에 따라 통지받은 날부터 30일 안에 법무부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90일 안에 행정소송도 제기할 수 있다. ㄱ씨와 ㄱ씨 변호인 쪽은 이의신청과 행정소송을 모두 진행할 계획이다. 오씨는 “면접 조사 과정에서의 영상 등을 출입국청에 요청하고 앞으로 학생들과 함께 법적 소송과 더불어 난민들의 부당한 상황에 대해 앞으로 규탄하는 목소리를 내겠다”고 말했다.
권지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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