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아무개씨는 2009년 해양경찰청 경위에 임명됐다. 박씨는 2011년 해경이 실시하는 고정날개 항공기 조종사 양성 과정에 지원했다. 당시 해경은 서약서 한 장을 내밀었다. ‘조종사가 되면 10년 이상 근무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조종사 양성 과정에 들어간 교육비 등 소요경비 일체를 일시 반납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서약서에 동의한 박씨는 최종 선발 인원에 들어, 2011년 11월부터 1년11개월간 한국항공대학교에서 위탁교육을 받은 뒤 조종사 면허를 취득했다. 하지만 박씨는 10년을 채우지 않고, 4년1개월 동안 해경 소속 항공기 조종사로 일하다, 2017년 11월 두 달여의 가사 휴직 뒤 해경을 퇴직했다.
국가는 박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그가 10년 이상 근무해야 한다는 서약서 약정 내용을 어겼다는 이유였다. 국가는 박씨가 “조종사 양성과정 비용 1억1900여만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박형순)는 국가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12일 밝혔다. 쟁점은 해경이 요구한 서약서가 효력을 발휘할 법적 근거가 있는가 하는 점이었다.
재판부는 “경찰공무원 교육훈련규정상 복무의무나 소요경비 상환 등에 관해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며 서약서의 법적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공무원 인재개발법도 ‘최장 6년’의 범위 내에서 6개월 이상 국내 훈련을 받은 공무원은 ‘훈련기간과 같은 기간’ 동안 근무하도록 복무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이런 점을 들어 재판부는 “1년11개월간 위탁교육을 받고 조종사 생활을 4년가량 한 박씨는 법이 지정한 복무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봤다. 재판부는 또 “개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상당히 제한하는 약정을 적법하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국가는 재판부 결정에 불복해 지난 9일 항소장을 냈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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