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놔라시민행동’이 2017년 10월 24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정원의 불법 사찰과 심리전 수행을 비판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에 관한 국가정보원(국정원)의 불법사찰 정보를 비공개한 국정원의 처분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6일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박양준)는 곽노현 전 교육감, 박재동 화백이 국정원을 상대로 “정보 비공개 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지난 2017년 11월 곽 전 교육감과 박 화백이 공동대표로 있는 시민단체 ‘열어라 국정원! 내놔라 내파일 시민행동’은 국정원에 “청구인에 대해 불법 사찰한 정보를 공개하라”며 정보 공개 청구를 냈다. 앞서 두 달 전인 그해 9월 국정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 곽 전 교육감, 조국 서울대 교수 등 사회 각계인사에 대해 온·오프라인 비판 활동을 전개했다는 내부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검찰에 직접 수사를 의뢰한 바 있다. 그러나 국정원은 그해 12월 해당 정보가 “국가 안전 보장과 관련됐다”는 이유로 정보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곽 전 교육감과 박 화백은 이의 신청까지 기각되자 이듬해 4월 행정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해당 정보는 국가 안전 보장과 무관하다고 판단했다. 해당 정보를 비공개로 열람한 재판부 설명에 따르면, 국정원이 비공개 처분한 정보는 △곽 전 교육감에 관한 심리전 전개 계획 △서울시교육감 직무수행 내용 및 평가 △곽 전 교육감의 비위 첩보 △곽 전 교육감과 박 화백이 가입한 문화예술단체 활동 정보 등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 정보는 국가안전보장, 즉 국가의 독립, 영토의 보전, 헌법과 법률의 기능 및 국가기관의 유지와 관련해 수집된 정보라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국정원의 정보 수집 활동은 “국정홍보나 정부정책에 비판적인 반대세력(야권, 시민단체 등)의 동태를 조사하고 관찰하는 정치 사찰에 해당할 뿐, 국정원의 직무 중 어느 것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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