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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15살 딸에게 아빠 심폐소생술 포기각서 받은 병원, 인권침해”

등록 2019-08-21 11:59수정 2019-08-21 12:01

인권위, 생명에 대한 자기결정권·인격권 침해 판단
“환자 의견 존중, 재발방지 대책 마련” 병원·송파구청장에 권고
국가인권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환자 본인과 보호 의무자가 아니라 미성년자인 15살 딸에게 임종 과정에 있지 않은 환자의 심폐소생술 포기 동의서를 받은 것은 생명에 대한 자기결정권과 인격권 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미성년 자녀에게 부친의 심폐소생술 포기 동의서에 서명하도록 한 병원 원장에게 향후 유사 사안이 발생할 경우 환자 당사자의 의견을 존중하고, 미성년 자녀로부터 심폐소생술 포기 동의서를 받지 않도록 하는 등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서울 송파구청장에게는 관내 의료기관에서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지도·감독을 철저히 할 것을 각각 권고했다”고 21일 밝혔다.

진정인 ㄱ(49)씨는 “서울 송파구에 있는 한 정신병원에서 심근경색이 없음에도 딸(15)에게 심정지나 호흡곤란이 발생할 경우 사망해도 병원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쓰라고 강요해 딸이 각서에 서명 날인을 했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진정을 지난해 6월 인권위에 제출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ㄱ씨는 심폐소생술 포기 동의서 등 연명 의료중단 결정에 대한 의사 표현을 할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정신적·신체적 상태가 아니었다. 또한 ㄱ씨의 의사를 대신할 ㄱ씨의 모친도 있었다.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 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을 보면, 심폐소생술 등 연명 의료결정 과정에서 환자에게 충분한 의사능력이 없다는 의학적 판단이 있지 않은 경우, 환자 본인에게 의사를 확인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환자가 의사 표현을 할 수 없는 상태인 경우 19살 이상인 환자 가족의 진술과 담당 의사의 확인 등을 거쳐야 한다. 인권위는 “위급한 상황에서 자신의 생명을 연장할 것인지 아니면 생명연장을 포기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개인의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이라며 “피진정인이 진정인 본인의 의사를 확인하지 않고, 보호 의무자나 법정대리인도 아닌 미성년 자녀로 하여금 부친의 ‘심폐소생술 포기 동의서’에 서명하도록 한 행위는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자신의 생명에 대한 자기결정권과 일반적 인격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응급의료법 제11조’는 의료기관이 해당 의료기관 능력으로 응급환자에 대해 적절한 응급의료를 할 수 없는 경우 응급의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으로 이송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병원은 이러한 조처를 하지 않고 미성년자에게 아버지가 심정지나 호흡곤란이 발생할 경우 생명연장 처치를 포기한다는 동의서에 서명하도록 했고, 인권위는 이런 행위가 미성년자에게 과중한 부담을 줬다고 판단했다. 인권위 조사를 종합하면, 해당 병원이 작성하게 한 ‘심폐소생술 동의서’에는 ‘아버지가 예기치 못하게 사망하여도 병원에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지 않으며, 이러한 내용에 가족 전원이 기명날인하되 일부 가족의 서명이 누락된 경우 보호 의무자로 서명한 ㄱ씨의 딸이 모든 가족의 동의를 대리하며 그 동의사항에 책임을 진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에 해당 병원 쪽은 “우리 병원에 중환자실이 없어 심근경색이 오더라도 즉시 치료할 수 없기 때문에 종합병원에 입원해 (건강 상태에 대한) 평가가 필요한 상황인데 ㄱ씨의 딸과 아들은 종합병원은 가지 않겠다며 아버지를 본원에 입원시키길 원했고, 보호자인 ㄱ씨의 모친에게 계속 연락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아 딸과 아들에게 심근경색으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설명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서명을 받았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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