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성전환자)는 앞으로 ‘부모의 동의’ 없이도 법원에서 성별을 전환할 수 있게 된다.
대법원은 지난 19일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허가신청사건 등 사무처리지침’을 개정해 법원에 성별 정정을 청구할 때 첨부해야 하는 서류 가운데 ‘부모 동의서’를 삭제했다고 21일 밝혔다. 관련 예규가 만들어진 지 13년 만이다.
앞서 지난 2006년 6월 대법원은 트랜스젠더의 경우 가족관계등록부와 주민등록증의 성별을 정정해주도록 하는 전원합의체 판결을 내렸고, 그해 9월 성별 정정 절차를 담은 예규를 만들었다. 그러나 부모 동의서 등 불필요한 서류를 내도록 한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사회적 낙인으로 인해 가족과 갈등을 겪기 쉬운 트랜스젠더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할뿐더러, 성인에게만 성별 정정을 가능하게 하면서 부모 동의까지 요구해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이었다.(<한겨레> 5월27일치 9면)
지난 7월에는 인천가정법원 가사1부(재판장 정우영)가 부모 동의서가 없다는 이유로 1심에서 성별 정정 청구가 기각된 사건 항고심에서 “신청인이 자신의 상태에 관해 고민해 신중한 결정을 내린 이상, 부모가 성별 정정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신청인의 성별 정정을 허가하지 않을 직접적 이유가 되지 못한다”고 판결했다.
‘SOGI(성적지향·성별정체성)법정책연구회’는 이날 환영 논평을 내어 “부모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트랜스젠더들이 많은 현실에서 부모 동의를 필수로 요구하는 것은 성별 정정에 큰 장벽이 돼왔다”며 “이번 대법원 예규 개정은 트랜스젠더들의 구체적 현실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밝혔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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