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고 장자연씨를 추행한 혐의로 10여년 만에 재판에 넘겨진 전직 조선일보 기자가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 오덕식 부장판사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전직 기자 조희천씨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조씨가 경찰 조사 당시 진술을 번복한 정황을 봤을 때 조씨가 피해자를 추행했다는 강한 의심이 든다면서도, 조씨 혐의를 뒷받침할 유일한 증거인 윤지오씨 진술에 신빙성이 없어 조씨의 혐의가 충분히 입증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앞서 검찰은 조씨에 징역 1년을 구형한 바 있다.
재판부 설명에 따르면, 윤씨는 장씨를 추행한 가해자로 한 언론사의 홍아무개 회장을 지목했다가 조씨라고 진술을 변경했다. 윤씨는 2009년 당시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장씨를 추행한 가해자가 “50대 초반으로 일본어가 유창했다”고 설명한 뒤 홍 회장이 가해자라고 밝혔다. 윤씨 진술을 전해들은 조씨는 경찰 조사에서 책임을 회피하려는 듯 홍 회장이 술자리에 참석했다고 이전 진술을 번복했다. 사건 당시 ‘홍 회장이 넘어졌다’는 구체적인 진술도 덧붙였다. 그러나 사건 발생 당일 홍 회장의 알리바이가 입증됐고, 윤씨는 생일파티 참석자들의 사진이나 영상을 참고해 홍 회장이 아닌 조씨가 가해자라고 진술을 변경했다. 이후 재판에 이르기까지 줄곧 조씨를 가해자로 지목해왔다.
재판부는 “윤씨는 면전에서 추행을 목격했다. 7개월 뒤 이뤄진 검찰 조사에서 가해자를 정확하게 특정하진 못해도, ‘참석자 중 제일 젊고 키가 큰 사람’이라는 정도는 설명할 수 있을텐데 ‘50대 신문사 사장’이라고 진술한 점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윤씨 진술을 보면, 당시 소속사 대표는 일행이 술도 못 따르게 관리했다고 한다. 추행이 있었다면 강하게 항의하고 생일파티가 끝나야 하는데 한 시간 동안 노래를 부른 점도 의아하다”고 했다.
이번 판결은 장씨를 대상으로 한 성폭력 의혹과 관련해 10년 만에 내려진 첫 법원 판단이다. 전직 조선일보 기자 출신인 조씨는 2008년 8월 서울 강남 한 술집에서 장씨 소속사 대표 생일파티에 참석해 장씨를 강제로 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윤지오씨는 문제의 술자리에 동석해 장씨의 피해 사실을 목격하고 이를 수사기관에 진술했다.
2009년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장씨 소속사 전 대표를 폭행 및 협박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하면서도 성범죄 관련 혐의는 증거가 없다며 관련자들에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성남 분당경찰서가 윤씨 진술을 토대로 조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윤씨 진술의 신빙성이 없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다. 그러다 지난해 5월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이 사건 재수사를 권고한 뒤 이뤄진 검찰 재수사로 조씨는 재판에 넘겨졌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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