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3일 오전 충북 충주 중앙경찰학교에서 제296기 졸업생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흉기 난동 제지하다 순직한 경찰의 딸, 페더급 한국 챔피언에 올랐던 전직 복서, 닥터 헬기 타던 1급 응급구조사….’
중앙경찰학교가 23일 충북 충주시 학교 대운동장에서 제296기 졸업식을 열고 2762명의 신임 경찰관을 배출했다. 이번 졸업생은 남성 2048명, 여성 714명으로, 일반 순경은 2356명, 경찰행정학과 특채 152명, 사이버수사·의료사고·과학수사·세무회계 등 17개 분야 경력 채용 254명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31일부터 34주 동안 형사법과 사격·체포술 등 실무 교육을 이수했고, 오는 26일부터 전국 지방경찰청에 배치된다.
이번 신임 경찰관 중에는 지난해 7월8일 경북 영양군에서 난동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가 범인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순직한 고 김선현(당시 51살) 경감의 딸 김성은(24)씨가 포함되어 있다.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경찰관이 되기로 하고 2017년 영남이공대 경찰행정학과를 졸업한 김씨는 아버지를 잃은 아픔을 겪은 직후인 지난해 9월 치른 순경 채용시험에 최종 합격하고 어머니, 남동생과 함께 부둥켜안고 펑펑 울었다. 김씨는 “아버지처럼 늘 남을 돕는 좋은 경찰관이 되고 싶다”고 졸업 소감을 말했다.
지난해 흉기 난동을 제압하다 순직한 고 김선현 경감의 딸인 김성은 순경.
프로 권투 선수 출신으로 2014년 한국 페더급 챔피언에 올랐던 이인규(28)씨도 경찰관이 됐다. 이씨는 “경찰관으로 다시 태어나 국민으로부터 받은 영광과 사랑을 고스란히 국민께 돌려드리고 싶다”며 “대학 시절 전공인 영어영문학을 활용해 외사 경찰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응급의료센터 항공의료팀에서 응급의료용 구조헬기인 ‘닥터 헬기’를 타던 1급 응급구조사 임해경(27)씨도 의료사고 특채로 순경이 됐다. 임씨는 “병원 근무 시절 접했던 경험들을 토대로 의료사고 전문 수사관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밖에도 독립유공자 조용성 애국지사의 증손인 조현익(35)씨, 김구식 애국지사의 외증손녀인 윤미지(26)씨 등이 순경이 됐다.
이날 졸업식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부부가 참석했다. 대통령의 경찰학교 졸업식 참석은 2009년 이명박 전 대통령 이후 10년 만이다. 문 대통령은 졸업 축사에서 “올해로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았고, 대한민국 경찰도 100주년을 맞았다”며 “100년 전인 1919년 4월25일 임시정부 경무국이 설치되고 임시정부의 문지기를 자처했던 백범 김구 선생이 초대 경무국장으로 취임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백범 선생의 ‘애국안민’ 정신은 우리 경찰의 뿌리가 되었다”며 “국민과 조국의 미래를 위해 헌신한 선구자들의 정신은 민간인 총살 명령을 거부하고 수많은 목숨을 구해낸 제주 4·3 시기 문형순 제주 성산포 서장, 신군부의 시민 발포 명령을 거부한 1980년 5월 광주 안병하 치안감으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수사권 조정과 자치경찰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수사권 조정 법안과 한국형 자치경찰제 도입이 입법을 기다리고 있다”며 “수사권이 조정되고 자치경찰이 도입되면 시민과의 거리는 한층 가까워지고, 치안서비스의 질이 보다 높아질 것이다. 수사권 조정과 자치경찰 도입 법안을 국회에서 조속히 매듭지어 주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정환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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