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원주 별장 성폭행 동영상의 존재가 처음 알려진 뒤 6년이 지나 뇌물 혐의로 기소된 김학의(63) 전 차관이 ‘뇌물 공여자’로 증인신문을 받게 된 윤중천(58)씨와 법정에서 처음 대면했다. 김 전 차관은 줄곧 혐의를 부인했고, 윤씨도 검찰 조사 때와 달리 뇌물을 제공한 데 대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정계선)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전 차관 재판에서 윤중천씨 증인 신문을 진행했다. 덥수룩한 수염을 기른 김 전 차관은 방청석을 한 번 둘러본 뒤 자리에 앉았다.
이날 재판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검찰은 “성접대 관련 여성들 이야기도 나오고, 윤중천씨에게 보여줄 사진과 동영상 이름도 있다”며 비공개 진행을 원했다. 재판부도 “증인 진술 과정에서 피해자 얼굴이나 신상이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비공개를 결정했다.
증인으로 나선 윤씨는 검찰 조사에서 김 전 차관의 뇌물 혐의 일부를 인정한 것과 달리 법정에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는 취지의 증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차관 쪽 변호인 김정세 변호사(법무법인 재현)에 따르면 윤씨가 “일부 (금품을 제공한) 기억이 나는 부분도 있지만 구체적으로 얼마인지, 언제 준 것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 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 조사에서 윤씨는 김 전 차관에게 금품을 제공한 사실 일부를 인정했다. 윤씨는 명절 떡값 명목으로 김 전 차관에게 현금 수백만원을 건네고, 김 전 차관의 검사장 승진에 도움을 준 인물에게 성의표시를 하라며 500만원을 주었다고 진술한 바 있다.
김 전 차관은 윤씨와 또 다른 사업가 최아무개씨 등으로부터 모두 1억3천만원 상당의 금품 및 성접대를 받은 혐의로 기소될 수 있었다. 검찰의 두 번째 수사가 시작되면서 사건의 공소시효 문제가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으나, 검찰이 확인한 뇌물 수뢰액이 1억원을 넘겨 기소가 가능했다. 현행법상 뇌물 액수가 1억원 이상이면 공소시효는 15년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윤씨는 김 전 차관을 알게 된 경위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김 변호사는 윤씨가 “누군가를 통해 김 전 차관을 알게 됐지만 알게 된 시기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날 검찰은 추가 뇌물 수수 혐의와 관련, 김 전 차관이 건강문제를 이유로 수사에 응하지 않아 불만을 내비치기도 했다. 검찰은 “피고인에게 지난 21일 출석을 요구했는데 거부했다. 22일과 23일, 26일 체포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수사관들이 찾아갔지만 김 전 차관은 오늘 나와있는 모습과 달리 드러눕고 가슴을 부여잡으며 출석을 거부하고 있다”며 “앞으로 재판이 지연될 소지가 있으므로 피고인 입장을 확인하고 싶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전 차관 쪽은 별다른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재판부도 “추가 기소 부분은 (이 사건과) 엄밀히 다른 사건”이라며 검찰 발언을 제지했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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