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후배 기자를 룸살롱에 불러내며 다른 언론사 남성 기자와 ‘100만원 내기’를 하는 등 여성 후배들을 지속적으로 성희롱한 <한국방송>(KBS) 팀장급 기자 이아무개씨에 대한 ‘정직 6월’ 징계는 정당하다는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의 판정이 나왔다. ‘부당정직’이라던 서울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의 판정을 뒤집은 것으로 여성계에서는 환영의 목소리가 나왔다.
28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 23일 지노위 판정을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다. 앞서 3월 이씨는 지노위에 부당정직 구제 신청을 제기했고, 지노위는 5월 “징계 사유에 비해 징계가 과도하다”며 ‘부당정직’ 판정을 내렸다. 이에 KBS는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했고, 중노위가 KBS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피해자들은 “지노위 판정으로 그동안 무고 등 억측에 시달려 신고 이후 가장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 뒤늦게나마 중노위에서 피해가 인정돼 다행”이라며 반겼다.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도 “어려운 과정을 거쳤지만 마침내 지노위 판정이 뒤집혀 매우 환영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지노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노위의 판정은 직장 내 위계관계에서 성희롱이 발생하고 유지되는 맥락을 철저히 무시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아울러 중노위 판정 직전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에서 이씨를 제명한 사실도 확인됐다. KBS본부는 지난 19일 집행위원회를 열고 이씨에 대한 제명을 결정했다. 이씨는 곧바로 상위 노조인 전국언론노조에 재심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는 이씨에게 중노위 판정과 노조 제명에 대한 입장을 듣고자 여러 번 연락을 취했지만, 이씨는 답하지 않았다.
이씨는 2014~2015년 KBS 한 지역 총국의 사회부 경찰팀 ‘캡’(팀장)으로 일하며 피해자들을 통솔했다. 피해자들의 증언과 지난해 KBS 징계심의 결정서를 종합하면, 피해 사례는 크게 4가지다. △2014년 하반기께 여성 후배들을 룸살롱에 데려가 회식 △2014년 11월 여성 후배 기자를 룸살롱에 불러내며 다른 언론사 남성 기자와 ‘100만원 내기’ △2015년 5~9월 사이 노래방 회식 자리에서 여성 후배 블라우스에다가 돈 꽂아넣기 △2018년 4월10일 회식 뒤 헤어진 여성 후배에게 새벽에 “사랑해 영원히”라고 적힌 문자 메시지 보내기 등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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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직속 상급자였던 이씨에게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웠던 피해자들은 지난해 10월 사내에 성평등센터가 만들어진 것을 계기로 그제서야 피해 사실을 회사에 알렸다. 같은해 12월 KBS 중앙인사위원회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행위는 피해자에게 성적 혐오감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므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KBS 중앙인사위원회는 징계시효 2년을 넘긴 나머지 사건들 역시 모두 사실로 인정하고 이 역시 성희롱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 뒤 ‘정직 6월’의 징계를 내렸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