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0일: 누가 임신을 아름답다 했던가> 전혜진 작가 인터뷰
임신 때 겪는 신체적·경제적·사회적 어려움에 대해 묻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이 나빠지지 않을 것이란 확신 줘야”
“어째서 이런 일들에 대해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던 걸까.”
2014년, 임신을 했습니다. 빈혈이 심했습니다. 안 되겠다 싶어 병원에 가 철분 주사를 놓아달라고 했습니다. 임산부라 보험이 안 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주사 하나가 9만원이 넘는다는 의사의 설명과 함께 말이죠. 문득 억울했습니다. ‘돈 없었으면 주사도 못 맞았겠구나’하고. 미처 몰랐습니다. 임신이 이렇게 아픈지, 아픈데 돈까지 많이 드는지. 주위를 둘러봤습니다. 임신이 힘들다는 목소리는 많았지만 파편화돼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전혜진 작가는 임신에 관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저마다 고립된 섬처럼 , 그전에는 듣도 보도 못하고 생각지도 못한 고통들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그 고통은 나만의 것이 아니었다 . 그 사실을 알게 되자 고통은 분노가 되었다 .(작가의 말 중 )”
주로 SF 소설을 써왔던 전혜진 작가가 <280일: 누가 임신을 아름답다 했던가>(<280일>)를 쓴 이유입니다. 분노로 시작된 글이어서 그럴까요. ‘소설인 동시에 르포르타주’라는 평이 심심치 않게 보일 정도로 현실적입니다. “<82년생 김지영>이 출산 후에 겪게 되는 여성들의 아픈 현실을 다루고 있다면 <280일>은 임신 전과 임신 중을 집중적으로 다룬다(알라딘. 날고싶은애벌레)”는 호평도 보입니다.
임신을 거치지 않고 세상으로 나오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왜 임신을 직접 겪기 전까지 임신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듣도 보도” 못하는 걸까요. 8일, 전혜진 작가를 <한겨레> 본사에서 만났습니다.
전혜진 작가가 밝힌 ‘임신의 어려움’은 말 그대로 다채로웠습니다. 임신으로 “트랜스포머 변신하듯” 갈비뼈가 벌어지고 부유두까지 생기는 신체적 어려움부터 주사 하나 맞는데 50만원을 내야 하는 경제적 어려움, 회사에서 임신했다는 이유만으로 ‘민폐’ 취급을 받는 사회적 편견과 제도적 미비까지. 임신 중 겪는 어려움을 하나하나 풀어낸 전 작가는 사회가 임신 때 무슨 일을 겪는지 미리 알려주지 않는 이유가 있다고 말합니다.
“미리 가르치면 생각을 하고 불만을 가지니 임신을 일단 한 뒤 떠밀려가듯이 흘러가는 걸 바랄 수도 있겠죠 . 제대로 가르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희 인생은 나빠지지 않을 것이다 ’라고 확신을 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한 시간 반 동안 오고간 70여개의 질답 중 가장 핵심적인 내용을 추려 영상에 담았습니다. ‘임신은 아름답다’는 말에 대한 전 작가의 의견은 어떨까요. 임신을 하기 전에는 짐작조차 하지 못했던 어려움으로는 어떤 게 있을까요. 임신한 여성이 명백한 약자임에도 불구하고 모욕과 멸시를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영상을 통해 직접 확인해보세요!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