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공모해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항소심에서 징역 24년을 선고받은 최순실(개명 뒤 최서원)씨 사건을 일부 무죄 취지로 파기하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 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29일 최씨 사건 상고심 선고에서 최씨가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해 대기업으로부터 미르·케이스포츠재단 출연 등을 요구한 혐의(강요)를 부정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대통령과 피고인, 안종범(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대기업에 재단법인 출연금이나 특정 단체에 대한 지원금을 지급하게 하거나 특정 업체와 계약 체결을 요구한 것은 그 행동의 내용과 경위, 요구 당시의 상황 등에 비춰 강요죄의 성립요건인 협박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대법원은 “공무원이 자신 직무와 관련한 상대방에게 이익 제공을 요구하고 상대가 공무원 직무에 관해 어떤 이익을 기대하며 그에 대한 대가로 요구에 응했다면, 그런 요구를 겁을 먹게 할만한 해악의 고지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대법원은 삼성·롯데·에스케이(SK) 뇌물(요구) 관련 원심의 유죄 판단은 그대로 유지했다. 앞서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김문석)은 최씨가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해 삼성으로부터 받은 승마 용역대금(36억3484만원), 살시도·비타나·라우싱 등 말 세마리 구매대금(34억1797만원)을 뇌물로 인정하고, 최씨 조카 장시호씨가 설립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통해 받은 후원금(16억2800만원)을 제3자 뇌물로 판단한 바 있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