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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부정청탁 없었다’는 2심 깨고…‘삼성 경영권 승계작업’ 인정

등록 2019-08-29 20:45수정 2019-08-29 21:08

대법 “묵시적·부정 청탁 있었다”

“부정청탁, 묵시적 의사표시로 가능
직무 내용 구체적일 필요 없다”
다수 의견으로 항소심 판단 뒤집어
미르·K스포츠 출연금은 무죄 확정
대법원이 국정농단 사건 핵심 인물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상고심 선고를 한 29일 서울 서초동 삼성그룹 본사 입구에 걸린 깃발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대법원이 국정농단 사건 핵심 인물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상고심 선고를 한 29일 서울 서초동 삼성그룹 본사 입구에 걸린 깃발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가 2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상고심에서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묵시적이고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큰 폭으로 엇갈린 1·2심의 상이한 판단을 수습하고, 국정농단 특검의 손을 대부분 들어준 것이다.

앞서 항소심에서 이 부분이 인정되지 않아 집행유예로 풀려났던 이 부회장으로서는 최악은 아니지만, 그에 버금가는 시나리오를 받아든 셈이 됐다. 일단 파기환송이 선고돼 당장 신변에는 변화가 없다. 하지만 파기환송심을 진행할 서울고법이 대법원의 판단을 전제로 재판하게 돼, 이 부회장의 법적 책임은 2심보다 무거워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또 파기환송심 이후 다시 대법원에 재상고가 이뤄질 수도 있어 상당 기간 재판을 받는 부담을 안게 됐다.

삼성의 경영권 승계와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 여부는 이 부회장 사건 재판이 진행되는 내내 핵심 쟁점으로 부각됐다. 특검이 기소한 이 부회장의 제3자 뇌물공여 혐의의 대전제가 ‘이건희→이재용’으로 이어지는 삼성의 경영권 승계와 이를 위한 부정 청탁이었기 때문에, 이 부회장 쪽 변호인들도 이 부분을 방어하는 데 주력했다.

앞서 2017년 8월 이 부회장의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진동)는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라는 포괄적 현안에 대한 도움이라는 대통령의 직무 집행 대가를 바라고 묵시적이고 부정한 청탁을 했다고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명시적 청탁은 인정하지 않았지만,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묵시적인 부정 청탁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일모직과 합병을 통해 주력 계열사인 삼성물산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지배력이 강화된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지난해 2월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정형식)는 1심과 정반대 판결을 내놨다. “이 사건에선 정치권력과 뒷거래를 배경으로 한 문어발식 사업 확장, 거액의 불법·부당 대출과 같은 전형적인 정경 유착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박 전 대통령이 (있지도 않은) 경영권 승계작업을 인식했다고 볼 수 없어 묵시적 청탁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특검 기소의 대전제가 깨지면서 이 부회장은 집행유예로 풀려날 수 있었다. 여기에 지난해 8월 개별 현안을 들어 삼성의 승계작업을 인정한 박 전 대통령 항소심 판결이 나오면서 대법원 차원의 정리가 불가피해졌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다수 의견으로 이 부회장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장인 김명수 대법원장은 판결문에서 “부정한 청탁은 묵시적 의사표시로도 가능하고, 청탁의 대상인 직무 행위의 내용이 구체적일 필요도 없다”고 밝혔다. 정부 수반인 대통령의 포괄적 권한에 비추어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행위 정도면 묵시적 부정 청탁을 인정하기에 부족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판단에 따라 대법원은 항소심에서 무죄가 났던 삼성의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16억원)도 “대통령 직무와 대가관계가 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같은 제3자 뇌물공여로 기소된 미르·케이(K)스포츠재단 출연금(204억원)에 대해서는 무죄로 본 원심 판단을 그대로 확정했다.

대법관 13명으로 구성된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는 다수(10명) 의견과 다른 반대의견도 나왔다. 조희대·안철상·이동원 대법관은 반대의견에서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사이에 승계작업에 관한 대통령의 직무집행 내용과 영재센터 지원금이 그 직무집행의 대가라는 점에 대한 공통의 인식이나 양해가 있었다는 것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묵시적 의사표시에 의한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강희철 선임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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