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성별의 보호자가 함께 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발달장애인의 수영장 출입을 막는 것은 인권 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이 나왔다.
ㄱ씨는 지난해 8월30일 발달장애를 가진 아들(당시 29살)과 함께 스포츠센터에서 운영하는 자유 수영 프로그램을 이용하려 했다. 하지만 스포츠센터 쪽은 “장애인의 경우 동성 보호자를 동반하지 않으면 입장이 불가능하다”며 아들의 수영장 이용을 막았다. 아들은 아버지 등과 함께 수영장을 3년 전부터 이용해왔다. 또 야외노천탕 탈의실도 혼자 이용한 경험이 있었다. 하지만 어머니만 동행하자 스포츠센터 쪽이 입장 자체를 막은 것이다. 이에 ㄱ씨는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스포츠센터 쪽은 인권위에 “시설규모에 견줘 이용객이 많아 장애인을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아들의 수영장 이용을 허용한 것은 수영장 안에서 뛰거나 소리를 지르는 등 돌발행동을 하는 경우 제지할 수 있는 동성 보호자가 있었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또 “당시 장애인을 보조할 수 있는 남성 인력도 없는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인권위는 해당 스포츠센터가 군청 산하 시설관리공단이 운영하는 시설로 ‘장애인차별금지법’(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는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체육 프로그램’에 해당해 장애인이 자유 수영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봤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자신이 운영 또는 지원하는 체육 프로그램에 장애인의 참여를 위해 필요한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같은 법에는 “정당한 편의란 장애인이 장애가 없는 사람과 동등하게 같은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장애인의 성별, 장애의 유형 및 정도, 특성 등을 고려한 편의시설·설비·도구·서비스 등 인적·물적 제반 수단과 조처를 말한다”라고 밝히고 있다.
물론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는 각 시설이 편의를 제공하는데 과도한 부담이나 현저히 곤란한 사정이 있다면 차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예외조항이 있다. 하지만 인권위는 “피해자(아들)가 수영하는 도중에는 진정인(어머니)이 동행할 것이므로 피해자가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거나 샤워하는 시간 동안만 스포츠센터 직원이 피해자를 도와주면 되는데, 이것이 스포츠센터에 과도한 부담이 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이같은 조사결과를 종합해 결정문에 “안전사고의 위험과 인력부족의 문제로 장애인에 대한 수영장 입장을 제한하는 별도 지침이나 사전 안내 없이 수영장 이용에 동성 보호자 동행을 요구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임의로 수영장 이용을 제한하는 행위는 발달장애인에 대한 편견에 기인하는 것으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워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위반한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적었다.
인권위는 해당 스포츠센터장에게 장애인이 동성 보호자가 없더라도 수영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을 권고했다. 또 해당 스포츠센터를 관리하는 군청과 시설관리공단 이사장에게 관내 체육시설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을 차별하는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할 것을 권고했다.
정환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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