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시설관리직 노동자들을 학교 쪽이 직접 고용했을지라도 다른 직원들과 근로 조건, 임금 수준 등의 차이가 크다면 노조 교섭단위를 분리해 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홍순욱)는 서울대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시설관리직 노조에 대한 “교섭단위 분리 결정 재심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을 기각했다고 2일 밝혔다.
서울대 시설관리직원 약 450명이 가입된 서울일반노동조합은 “시설관리직과 그 밖의 직종 간 근로조건의 현격한 차이가 있고, 고용 형태도 다르다”며 교섭단위 분리 결정신청을 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지방노동위원회 모두 결정을 받아들였으나 이에 불복한 서울대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서울대는 지난해 3~4월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근로자 정규직 전환 추진 계획에 따라 시설관리직 노동자를 포함한 용역 및 파견 근로자를 직접 고용하고 있다. 학교는 이 점을 들어 “2018년 3월 이전 시점에는 시설관리직 근로자들과의 (별도) 교섭 관행이 없었다”며 학교 자체직원과 동일한 교섭창구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학교의 법인직원, 자체직원 등과 비교해 시설관리직원들의 임금수준, 복지혜택 등은 현격한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시설관리직 취업규칙은 과거 용역회사 소속으로 근무할 때의 근로조건을 그대로 적용해 달라진 것이 특별히 없어 보인다”고도 했다. 시설관리직 직원들은 법인직원이나 자체직원이 일정 규정에 따라 복지혜택을 제공받는 것과 달리 아무혜택도 받지 못하는 점도 짚었다. 그러면서 “시설관리직원은 법인직원, 자체직원과 업무 내용의 공통성이 없고 근로조건, 고용형태, 복지혜택 등에 큰 차이가 있다. 이들이 직접 고용됐다 해도 단순히 자체직원의 근로조건을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시설관리직과의 별도 교섭 관행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서울대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대가 직접고용 이전부터 노동자를 고용한 용역회사와 시설관리직원에 대한 별도 실무교섭을 진행해 왔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교섭창구 단일화를 강제할 경우 자체직원과 시설관리직원 사이에 교섭 대상, 우선순위 등을 둘러싸고 이해관계를 달리해 노조 내 갈등을 유발하고 불필요한 교섭의 장기화를 야기할 우려가 크다”고도 덧붙였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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