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이 불거진 지 6년여 만에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학의(63) 전 법무부 차관 재판에서, 이른바 ‘별장 성관계’ 영상 속 인물이 김 차관이 맞다는 취지의 법정 증언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정계선) 심리로 3일 열린 김 전 차관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건설업자 윤중천씨 5촌 조카 윤아무개씨는 ‘2008년 별장 동영상 속 남성이 김학의라는 이야기를 윤중천씨로부터 들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윤씨는 윤중천씨 지시를 받고 애초 휴대전화에 저장돼 있던 별장 성관계 영상을 시디(CD)에 옮겨 담은 인물이다.
검찰은 이날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해당 시디를 공개했다. 시디 속에는 2008년 10월 만들어진 ‘hak.skm’, ‘K_hak.skm’, ‘khak.skm’ 등 김 전 차관의 영문 이니셜을 조합한 것으로 보이는 제목의 영상파일 3개가 저장돼 있었다. 윤씨는 “이게 그(별장 성관계) 영상인 것 같다”고 밝혔다. 또 ‘파일명을 어디서 본떠 만들었냐’는 검찰 쪽 질문에 “(윤중천씨로부터 영상 속 인물이) 김학의라는 이야기를 들어서 (그렇게) 적은 것 같다. 큰 의미는 없었고, 복원하다 보니 이름이 저렇게 만들어진 것 같다”고 답했다. ‘윤중천씨로부터 동영상 속 남성이 누군지 듣고 파일명을 수정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했다. 그는 “시디를 구워달라”는 윤중천씨 지시로 그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영상 등을 컴퓨터에 저장해 해당 시디를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증언을 통해 윤중천씨가 별장 성관계 영상을 이용해 김 전 차관에게 금전 지원을 요구하려던 정황도 일부 드러났다. 압수됐던 휴대전화에 김 전 차관 전화번호가 저장된 경위를 묻는 검찰 질문에 윤씨는 “(윤중천씨가 김 전 차관에게) ‘전화를 걸어 돈을 빌려달라 하려고 했는데 전화를 안 받는다. 나 대신 김 전 차관에게 전화를 걸어달라’고 지시했다”고 답했다. 2008년 당시 목동재개발 사업이 난항을 겪으면서 윤중천씨가 운영하던 중천산업개발이 자금난을 겪게 되자 김 전 차관에게 도움을 요청하려 했지만 김 전 차관이 접촉을 거부했다는 설명이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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