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가명)씨가 받은 스미싱 문자 내용. 경찰청 제공
“주문하신 안마의자 57만3000원 결제되었습니다.”
지난 3월 50대 교사 김민수(가명)씨는 자신이 사용한 적 없는 결제 문자메시지를 받고 문자가 온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상담원은 김씨에게 “명의가 도용된 것 같으니 경찰에 신고해주겠다”고 말했다. 곧 자신을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경감이라고 밝힌 사람의 전화가 왔다. 그는 김씨의 신용카드가 해외에서 발생한 명의도용 사기범죄에 이용됐으니 수사에 협조해달라며, 협조하면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은행계좌 해킹 및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점검해준다며 김씨 컴퓨터에 원격조종 프로그램을 설치한 뒤 김씨가 인터넷뱅킹에 접속해 이체 비밀번호, 공인인증서 비밀번호, 오티피(OTP) 생성번호를 직접 입력하게 했다. 이날 김씨의 통장에서는 2천만원이 빠져나갔다. 스미싱(악성코드를 휴대전화에 심어 결제 등을 유도하는 범죄)이었던 것이다.
올해 1월부터 지난 7월까지 발생한 스미싱 범죄 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2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정부가 추석 연휴를 앞두고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되는 전자금융범죄에 대한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경찰청과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이동통신 3사와 협업해 택배 배송 확인, 소액결제 문자 등을 보내 결제를 유도하는 스미싱 피해예방을 위한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로 했다고 4일 밝혔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스미싱 범죄 건수는 17만622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4만5093건)에 견줘 21.5% 증가했다. 특히 지인을 가장해 스미싱하는 경우는 지난해 7470건에서 올해 3만4160건으로 3.5배가 넘게 늘었다. 경찰은 택배 조회, 명절 인사, 모바일 상품권·승차권·공연예매권 증정 등 문자에 출처가 확인되지 않은 인터넷 주소를 누르지 말고 알 수 없는 출처의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이 설치되지 않게 보안설정을 강화할 것을 당부했다. 또 보안강화 및 업데이트 명목으로 개인정보·금융정보를 요구하는 경우 절대 입력하거나 알려주지 않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밝혔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스미싱 피해를 막기 위해 이동통신 3사와 협력해 5일부터 5360만명을 상대로 스미싱 피해예방 문자를 발송할 예정이다. 또 한국인터넷진흥원은 추석 연휴 스미싱 유포 등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24시간 모니터링을 하고, 신고·접수된 스미싱 정보를 분석해 악성 애플리케이션 유포지 차단 및 스미싱에 이용된 번호중지·차단 등에 나설 계획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역시 금융회사 창구, 케이티엑스(KTX) 기차역, 고속버스터미널, 지하철 등 유동 인구가 많은 장소에서 전화금융사기예방을 위한 홍보를 한다.
명절 연휴 스미싱 의심 문자를 받았거나 악성 애플리케이션 감염 등이 의심되는 경우 불법 스팸대응센터(국번 없이 118)에 신고하면 2차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악성 애플리케이션 제거 방법 등도 24시간 무료로 상담받을 수 있다.
정환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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