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열렸던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지지하는 교수학술 4단체 기자회견.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2013년 6월 삼성전자서비스의 불법파견 의혹이 제기 뒤 고용노동부의 두차례 조사 결과는 엇갈렸다. 7월 중순까지 약 4주 동안 진행된 1차 조사 때는 “원청이 하청 근로자를 실질적으로 지휘·명령하고 있다”고 봤지만, 같은 해 8월 조사 기간을 연장해 진행한 2차 조사 때는 불법파견이 아닌 적법 도급이란 판단이 나왔다.
결론이 뒤집히는 과정에서, 정현옥 전 고용노동부 차관은 삼성에 불법파견 요소를 해결할, 즉 불법파견 요소로 보일 수 있는 문제점들을 개선하는 방안이 담긴 ‘개선안’을 건넸다. 삼성과 노동부의 유착 의혹이 들끓었다. 검찰은 고용노동부의 근로 감독 결과가 불법파견으로 결정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한 행위의 일환이라며 권혁태 전 서울지방고용노동청장과 함께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정 전 차관과 권 전 청장 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손동환)는 지난달 30일 정 전 차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개선안을 건넨 행위가 “(문제를 해결하라고) 삼성을 압박했다고 볼지언정 (삼성과) 유착한 행위라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불법파견으로 결론 날 것을 대비해 삼성에 개선안을 요구했지만 만족스럽지 않아 직접 건넸다’는 정 전 차관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본 것이다.
이를 두고 기업의 불법행위를 공정하게 관리·감독해야 할 행정부 고위 공무원의 책임 의무를 외면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당시는 이미 1차 조사에서 ‘불법파견 인정’ 결론이 난 뒤 2차 감독에 들어간 시점이어서, 근로감독관들이 내릴 최종 결론은 삼성에 대한 정식 수사 의뢰 여부를 결정짓는 주요 근거가 될 수 있었다. 정 전 차관은 피의자가 될 수도 있는 삼성에 미리 ‘해결책’을 제시한 셈이란 얘기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이는 노동부 차관의 직무에 속하는 ‘행정지도’의 일환이라고 봤다. 조사에 참여한 근로감독관들은 검찰 수사에서 “개선안이 만들어지는지도 몰랐다”고 밝혔지만, 재판부 판단에는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지난해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에서 이 사건을 재조사한 김상은 변호사는 “어떤 감독 과정에서도 노동부가 먼저 개선안을 준 일이 없다. 개선안도 결국 감독 과정에서 확보된 내용을 바탕으로 만드는 것이다. 기밀이라 할 불법파견 요소를 미리 알려준 것”이라며 정 전 차관이 삼성에 준 ‘불공정한 혜택’을 지적했다.
민주노총법률원 박다혜 변호사는 “감독 대상에게 감독의 내용을 알려주고 문제가 된 부분은 시정하게 했다. 시정 명령은 하지 않은 상태에서 면책할 기회를 준 셈이다. 이를 불법행위를 한 기업과 관리·감독하는 행정청에 적용했을 때, 행정청의 감독 행위를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장예지 고한솔 기자
pen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