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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네이버 노조가 판교역 앞에 ‘농성 텐트’를 차린 이유

등록 2019-09-05 16:41수정 2019-09-05 19:51

’단협 체결 촉구’ 네이버 자회사 농성장 차려진 지 한달
“서버 장애 복구에 3∼4명 필요한데 회사는 40% 지정 주장”
지난달 5일 경기 성남시 판교역 2번 출구 앞에 차려진 네이버 자회사들의 천막 농성장.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제공
지난달 5일 경기 성남시 판교역 2번 출구 앞에 차려진 네이버 자회사들의 천막 농성장.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제공
5일 낮 경기 성남시 판교역 2번 출구 앞. 굵은 장대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우산을 든 시민들이 역 앞에 세워진 녹색 천막에 흘깃 눈길을 줬다가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녹색 천막의 정체는 지난달 5일 회사와의 단체협약 체결 교섭이 결렬된 네이버 자회사 직원들이 세운 농성장이다. 농성장 앞 판교 크래프톤 타워 앞에는 네이버 웹툰과 스노우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네이버 계열사들이 입주해 있다. 이들은 왜 회사 앞 천막 농성장에서 한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맞게 된 걸까.

지난 6월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산하 네이버 지회(네이버 노조)는 노조 설립 13개월 만에 회사와 단체협약안에 잠정 합의했다. 하지만 이후 3개월 동안 자회사 법인들의 단협 체결을 위한 교섭은 네이버 법인과 자회사 간 책임 떠넘기기로 난항에 빠졌다.

“대표님이 이 앞에 담배 피우러 자주 나오시거든요. 오가며 저희 좀 보시라고 여기에 차린 거예요.”

네이버 계열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보안 및 인프라를 담당하는 엔비피(NBP·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 조합원들은 지난해 7월부터 1년여간 15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사쪽과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지난 7월 결국 교섭이 결렬됐다. 엔비피와 사쪽의 교섭 쟁점은 ‘협정근로자’(필수유지 업무를 위해 쟁의 행위에 참가할 수 없는 노동자)의 비율이다. 노조는 지난 6월 단협안에 합의한 네이버 법인과 동일하게 전체 직원의 13%를 협정근로자로 지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회사는 노조의 안보다 3배 많은 40%를 주장하고 있다. 회사 요구대로 협정근로자를 지정하면 절반에 가까운 직원이 쟁의 행위에 참여할 수 없게 돼 노동 3권의 보장이 어렵게 된다. 오성준 네이버 지회 부지회장은 “네이버 법인이 단체협약안을 잠정 합의하기 전까지 ‘네이버의 합의안을 그대로 따르겠다’던 회사가 인제 와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이버와는 업무 특성이 다르다’며 협정근로자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실제 서버 장애가 발생했을 때 복구에 필요한 인력은 3~4명 정도인데, 회사는 엔지니어 이외에 세일즈(영업) 담당자도 협정근로자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네이버 노조 컴파트너스 조합원들이 4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 본사 앞에서 단협체결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제공
네이버 노조 컴파트너스 조합원들이 4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 본사 앞에서 단협체결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제공
최근 회사는 협정근로자 지정 범위를 늘려야 하는 근거로 ‘소상공인 피해론’을 들고 나왔다. 2년 전 클라우드 시장에 진출한 엔비피의 고객 가운데 소상공인의 비중이 작지 않은 만큼 이들이 입게 될 서비스 장애 피해를 막기 위해 40%의 협정근로자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 부지회장은 “아마존웹서비스(AWS)의 클라우드를 이용하다가 엔비피로 오는 고객들은 한 달에 수백만원을 낼 수 있는 사업자인 만큼 소상공인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네이버의 검색광고 광고주 및 쇼핑 판매자들을 위한 콜센터와 업무지원센터를 운영하는 컴파트너스 역시 교섭 결렬로 5일 파업 7일차에 접어들었다. 쟁점은 입사 뒤 3년 만근 시 3일 유급 휴가를 지원하는 ‘리프레시 휴가’다. 앞서 컴파트너스 직원 17명은 2016년 3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회사가 조기출근 관행 등에 의한 초과근무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관련 기사: 네이버 손자회사 ‘컴파트너스’ 임금체불 소송 간다)

컴파트너스는 광고주들의 폭언과 욕설 등 ‘갑질’에 시달려 퇴사하는 직원이 많아 근속연수가 짧다. 노조는 기존 리프레시 휴가가 ‘입사 후 5년’에 주어지는데, 현실적으로 5년 근속 채우는 직원이 극소수인 만큼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용우 네이버 노조 컴파트너스 스태프는 “입사 4년6개월 만에 함께 일했던 동료의 80% 이상이 퇴사했다. 콜센터 상담업무 담당자 가운데에는 20, 30대 여성 노동자가 70%를 차지하는데, 고객들의 ‘갑질’로 인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나 회사는 지난해 ‘감정노동자 보호법’(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된 뒤에도 실질적으로 상담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날이 덥거나 추워서 천막 농성장 생활이 힘드냐고요? 아뇨. 사실 왜 이런 문제를 갖고 회사와 싸워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회사는 ‘노동자의 권리를 잘 알고 있다’면서도 결국 노동자의 쟁의권을 빼앗는 조항을 제시하는 거잖아요. 그게 속상해서 힘든 거예요.”

성남/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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