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연속 최하등급’ 노인요양기관, 6년 뒤에나 퇴출가능

등록 2019-09-09 06:02수정 2019-09-09 07:41

노인장기요양 정부대책 점검
올 12월 지정 갱신제 도입하지만
유효기간 6년 맞춰 6년 뒤 시행예정

건보공단·지자체 인력 사정상
50인 이상 요양원 20곳 기획조사

노인장기요양보험 재정 3년 적자
“서비스 질 높이려는 노력 필요”
한 요양원의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한 요양원의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보건복지부가 급여 착복 장기요양기관 처벌 강화·명단공개 의무화를 추진 중인 것으로 8일 <한겨레> 취재 결과 확인됐다. 그러나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 도입 당시 인력·시설의 최소 기준만 충족하면 자유롭게 시장 진입이 가능하도록 해 이런 조처만으로는 서비스 질 저하와 과도한 경쟁, 부정수급 등 불법을 유발하는 ‘구조’를 전면 개혁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지난 6월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요양보호사 노동강도가 과도하게 높아지면 어르신 인권도 훼손된다. 요양기관에 대한 감독·처벌 규정을 강화하고 불법을 유발하는 구조적 요인을 과감하게 개선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2019년 4월 기준 전국 장기요양기관은 2만1392곳에 이른다. 요양원이나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9인 이하) 등 시설 기관은 5334곳이며, 요양보호사가 집으로 찾아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재가 기관은 1만6058곳이다.

■ 20곳만 기획조사 하는 까닭

복지부는 9월 중 정원 50인 이상의 시설 요양기관(요양원) 중 위법 가능성이 높은 20곳에 대해 기획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전국 지자체는 해마다 전체 장기요양기관 5% 안팎을 대상으로 현지조사를 하는데, 비리 가능성이 높은 기관을 집중해 살피는 기획조사(연간 1~2회)도 현지조사에 포함된다. 정원 50인 이상 요양원으로 한정한 까닭에 대해 복지부는 “현지조사 대상은 주로 50인 미만 시설이라 조사에서 비켜갈 수 있는 대형 요양원을 살펴보자는 취지”라며 “건보공단·지자체 인력 사정상 더 많은 기관에 대한 조사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 내부에서는 비리 관련 공익 제보가 들어온 지 1년 가까이 된 사안도 인력이 부족해 아직 조사에 들어가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는 비리 기관에 대한 처벌을 아무리 강화한다 해도 관리·감독에 한계가 클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비리·노인학대 등을 저질러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운 장기요양기관을 퇴출하는 구조를 서둘러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지금은 건보공단이 3년마다 진행하는 정기평가에서 최하위(E) 등급을 반복해 받아도 해당 기관을 퇴출할 방법이 없다.

■ 최하위 등급 반복해도 시장 퇴출안돼

지난해 11월 법 개정으로 올해 12월부터 장기요양기관 지정제가 강화되고, 지정 갱신 제도가 도입된다. 복지부는 이러한 제도 변화를 통해 시장 진입 정비와 부실 기관 퇴출 구조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재가 요양기관의 경우 노인복지법상 시설 설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도 지자체에 신고만 하면 장기요양기관으로 간주되었지만, 앞으로는 재가 요양기관도 요양시설과 마찬가지로 지자체장으로부터 지정을 받아야 한다. 또 지자체장은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시설·인력 기준을 충족하는지뿐 아니라 행정처분 이력 등을 다각도로 살펴 장기요양기관 지정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현재 복지부와 건보공단, 지자체는 구체적인 지정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더불어 지금까진 장기요양기관으로 한번 지정되면 유효기간이 따로 없었으나, 앞으로는 6년 주기로 갱신 신청을 해 재지정을 받아야 한다. 복지부는 제2차 장기요양 기본계획(2018~2022)을 통해 건보공단 평가에서 2회 연속 최하위 등급을 받은 경우 갱신 탈락 요건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지정 갱신 절차가 당장 올해부터 도입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올해부터 지정 유효기간인 6년이 지난 뒤에야 시행하겠다는 것이 복지부 계획이다.

이에 대해 갱신제 시행을 앞당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설 요양기관의 경우 법 개정 전에도 지자체 지정을 통해 운영해왔고, 그동안 평가 자료 및 행정처분 이력 등 운영 상황을 살필 수 있는 자료가 쌓여 있다는 것이다. 특히 건보 평가에서 하위 등급을 반복적으로 받은 기관이 많아, 이들에 대해선 즉각적인 조처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석재은 한림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신규 진입 강화뿐 아니라 기존 기관도 ‘옥석 구분’을 해야 한다”며 “건보 평가에서 지속적으로 D·E 평가를 받은 기관에 대해서는 지자체가 시장에서 퇴출시킬 수 있는 유기적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재정 빨간불…신뢰 회복 시급

전문가들은 장기요양기관에 대한 신뢰도와 회계 투명성을 높이는 일이 시급하다고 했다. 노인장기요양보험 재정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내리 적자를 기록했다(그래프 참고). 지난해 국회예산정책처는 ‘2018~2027년 노인장기요양보험 재정전망’ 보고서에서 적자가 지속되면서 2022년엔 누적준비금이 모두 소진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보험료 인상이나 국비 지원 확대 등 재정 확충이 필수다. 서비스 질을 높이려는 획기적인 노력이 없으면, 재정 투자에 대한 사회적 지지를 얻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양난주 대구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서비스 질을 확보하기 위해선 민간 장기요양기관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뿐 아니라 공공 인프라 확대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짚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국군의 날, 이렇게 기념해야 하나?” 도로 통제에 불편 속출 1.

“국군의 날, 이렇게 기념해야 하나?” 도로 통제에 불편 속출

전공의 대표 “의협 회장, 막 지껄이지 말라…내년 정원 입장 불변” 2.

전공의 대표 “의협 회장, 막 지껄이지 말라…내년 정원 입장 불변”

서울대 의대 학생 휴학 첫 승인…교육부 “감사 착수할 것” 3.

서울대 의대 학생 휴학 첫 승인…교육부 “감사 착수할 것”

21세기 안에 60억명이 죽는다는 ‘멸종설’ 사실일까? 4.

21세기 안에 60억명이 죽는다는 ‘멸종설’ 사실일까?

법원, ‘대통령실 용산 이전’이 이태원 참사에 미친 영향 인정 5.

법원, ‘대통령실 용산 이전’이 이태원 참사에 미친 영향 인정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