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포항 영일만항 외곽시설 축조공사 입찰 당시 공사비를 담합한 건설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건설사에 배상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정부는 1심과 2심에서 모두 졌지만 대법원에서 결과가 뒤집힌 것이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대한민국이 에스케이(SK)건설과 대림산업 및 포스코건설, 현대건설 등을 상대로 100억대 배상액을 청구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내 다시 판단을 받도록 했다고 10일 밝혔다.
에스케이건설 등은 2009년 9월 포항 영일만항 북방파제 구간을 축조하는 2809억 규모의 국책사업 입찰에 참가했다. 건설사들은 공사입찰 가격을 담합했고, 에스케이건설이 낙찰돼 공사 계약을 체결했다. 입찰에 떨어진 회사들은 정부로부터 설계 보상비를 받았다. 그러나 2014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들의 담합 행위를 적발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 처분을 내렸다.
2015년 11월 정부도 “경쟁가격보다 높게 형성된 낙찰금액을 계약액으로 해 상당한 손해를 입었다”며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지만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소 판결을 받았다. 쟁점은 건설사 담합의 책임을 물을 ‘소멸시효’가 지났는지 여부였다. 정부는 국가재정법상 ‘현실적으로 손해의 결과가 발생한 날’부터 5년 내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었다. 원심은 정부가 에스케이건설과 1차 계약을 체결한 2010년부터 소멸시효가 적용된다고 보고, 이미 5년의 시효가 완성됐으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1차 계약만으로 정부가 지급할 총 공사대금이 확정됐다고 볼 수 없다”며 “각 차수별 계약 시점을 기산점으로 삼아 소멸시효 완성 여부를 각각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입찰에 떨어져 설계보상비를 받은 건설사들에 대해서도 “입찰 무효에 해당하는 사유가 존재하면 사실관계가 밝혀지기 전 설계비를 받은 건설사는 이를 반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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