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지역을 시작으로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에이(A)형 간염 발병 원인이 ‘바이러스에 오염된 조개젓’이라는 역학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보건당국은 국내 유통 제품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안전성이 확인될 때까지 조개젓 섭취 중단을 권고했다. 특히 조개류의 경우 에이형 간염 바이러스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 반드시 익혀먹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진행하는 조개젓 제품 전수조사 결과는 이달 28일께 나올 예정이다.
11일 질병관리본부는 “올해 8월까지 확인된 에이형 감염 집단발생 사례 26건 가운데 21건에서 조개젓 섭취가 확인됐다”며 “이 가운데 18건 사례 환자들이 섭취한 조개젓을 검사한 결과 에이형 바이러스 유전자가 검출됐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중국산 조개젓 9개 제품과 국내산 1개 제품이 오염된 것으로 확인됐으며, 바이러스가 검출된 제품은 모두 폐기된 상태다. 식약처는 국내 조개젓 생산·제조업체에 당분간 유통 및 판매 중지를 요청했다. 조개젓 제품 수입 통관 과정에서 유전자 검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바이러스 검출시 반송 조처를 한다고 밝혔다.
올해 9월6일 기준 에이형 간염 환자는 1만421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818명 발생에 견줘 약 7.8배 증가했다. 7월 들어서는 매주 500~600명의 환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연령별로 분류해보면 30~40대(73.4%)에서 발병이 많았다. 질본 관계자는 “에이형 간염 바이러스에 한번 노출되면 평생 면역이 생긴다. 50대 이상은 상대적으로 위생 환경이 나쁜 상황에서 성장해 항체 보유율이 높다. 반면, 1970년대 이후 위생 환경이 개선되면서 20~40대는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은 경우가 많고, 예방접종이 시작되기 전에 성장해 면역력이 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역별로 보면 충청권 지역에서 환자 발생률이 높았다. 인구 10만명당 환자 발생건수는 대전이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세종·충북·충남 순이다.
에이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될 경우 평균 28일 가량의 잠복기를 거쳐 심한 피로감, 식욕 부진, 메스꺼움, 복통, 설사 등 증상이 나타난다. 6살 미만 어린이들의 경우엔 대부분(70%)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치사율은 0.1~0.3%이며, 만성간질환자나 혈액응고질환자 등에게선 상대적으로 치사율이 높게 나타나 주의가 필요하다.
에이형 간염은 바이러스는 환자의 분변에 오염된 손을 통해 전파되거나, 오염 음식물 섭취로 감염된다. 그러므로 용변 뒤 비누를 사용해 30초 이상 흐르는 물에 손을 씻는 등 위생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에이형 간염에 걸린 적이 없는 경우 6~12개월 간격으로 예방접종을 두 차례 맞으면 면역력을 얻을 수 있다. 에이형 간염에 걸린 적이 있거나 과거 예방접종을 2차례 한 적이 있다면 추가 접종을 할 필요는 없다고 질본은 설명했다.
박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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