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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검찰의 ‘수사정보 유출' 악습 끊기…알권리 위축 우려 맞서

등록 2019-09-16 19:20수정 2019-09-17 09:21

피의사실 공표 제한 배경과 쟁점
18일 당정협의서 개정안 논의

수사공보 사실상 금지 추진 왜?
형법 조항 있지만 사문화 상태
‘논두렁 시계' 보도뒤 오랜 과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계기로
박상기 전 장관때 개정안 만들어
조국 법부무 장관이 9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과천/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조국 법부무 장관이 9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과천/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정부·여당이 피의사실 공표를 막겠다며 검찰의 ‘수사공보’ 활동을 사실상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법무부와 더불어민주당은 18일 조국 법무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이 문제를 논의하는 당정 협의를 하기로 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개혁을 빙자해 조 장관 수사 상황이 알려지는 것을 막으려는 꼼수”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검찰은 피의사실을 언론에 알려준 적이 없다며, 몇차례 공식 해명도 냈다. 피의사실 공표는 수사기관들의 오랜 문제점으로 지적되지만, 국민의 ‘알 권리’ 측면도 고려해야 하고 정부 여당 구상대로 개정안이 시행되더라도 또다른 부작용이나 실효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사보도 사실상 전면금지

현행 형법(제126조)에서는 피의사실 공표를 금지하고 있다. 검·경 종사자가 수사 과정에서 알게 된 피의사실을 기소 이전에 공표하면 3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조항으로 처벌받은 수사기관 종사자가 전무할 정도로 사문화된 지 오래다. 법무부는 기존 법무부 훈령인 ‘수사공보 준칙’을 가칭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으로 개정해 구체적인 피의사실이 함부로 보도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법무부가 훈령 개정을 추진한 직접적인 계기는 서울동부지검의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때라고 한다. 당시 박상기 법무부 장관 지시로 개정안을 만들었지만, 검찰과 ‘조율’ 과정에서 시행을 접었다. “청와대와 여권이 수사받는 상황에서 이런 훈령을 만들면 형평성이 문제 된다”는 반론에 부닥친 것이다.

여야가 첨예하게 맞붙은 ‘조국 국면’에서 다시 소환된 이 ‘규정’은 수사 중인 혐의사실과 수사 상황 공개를 일절 금지하고 있다. 누가 무슨 혐의로 수사를 받는지 알릴 수 없도록 하고, 기소 뒤에도 피고인과 죄명, 기소 일시와 방식 등 공소사실의 일부 내용만 공개할 수 있도록 했다. 위반이 의심되면 감찰을 진행해 엄중 문책하도록 했다.

수사기관의 오랜 문제

사실 한국 사회에서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는 오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논두렁 시계’ 보도가 대표적이다. 이런 이유로 수사기관과 입맛에 맞는 언론 사이에서 이뤄지는 피의사실 공표라는 ‘나쁜 습성’에 대해서는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민의 알 권리나 언론보도의 자유 등을 근거로 (피의사실 공표를 너무 엄격하게 제한하면) 안 된다는 주장이 있지만, 피의사실 공표가 되면 개인 사생활 노출과 명예훼손은 물론 공정한 수사나 재판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피의사실 공표는 엄격하게 제한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정학 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도 “검찰이 지금까지 이걸 가지고 너무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써왔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어느 정도 제한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논란속 추진 실효성 있을까
‘누가, 무슨 혐의로 수사받나'
죄다 막으면 깜깜이 보도 우려

“언론, 검찰만 취재하는 건 아냐
규정 실효성엔 한계” 지적도

논란 속 추진, 실효성 있을까?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우선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이라는 헌법적 가치, 권력기관 감시라는 언론 본연의 역할과 충돌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고법부장판사는 “근본적으로 수사기관에 대한 신뢰가 약해 생기는 문제”라며 “당장 알 권리, 표현의 자유,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이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건 수사 과정에 관한 언론 보도나 감시가 줄어들면, 검찰이 사건을 자의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여지가 더 커지는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수도꼭지’(브리핑)를 잠근다고 ‘물’(기사)이 나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법조기자들은 공식 브리핑이나 티타임보다 주로 검찰 관계자들에 대한 ‘일대일 취재’를 통해 ‘팩트’에 접근한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이명박 전 대통령 사건,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사법농단 사건에서도 개별 취재를 통해 수사 상황에 대한 보도가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특정 검사가 ‘누설자’로 공공연히 지목되기도 했지만, 해당 사안 보도를 놓고 양쪽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탓에 구체적 경위는 드러난 적이 없다.

또 사건 관계인의 일방적 주장을 담은 보도들이 더 크게 다뤄질 수도 있다. 검찰 고위직을 지낸 변호사는 “언론이 검찰만 취재해서 기사를 쓰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규정의 실효성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왜 지금껏 피의사실 공표죄 조항이 사문화됐는지 그 연원에 답이 있다”고 말했다.

강희철 선임기자, 권지담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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