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학자로 자문만 해줬다?
코링크가 경영권 인수하던 시기
WFM, 2차전기 음극재 개발 추진
조국 부인, 회사 운영 여러 지시
법 위반 논란 일지만 처벌 규정은 없어
조국 5촌조카는 WFM 횡령
조씨, WFM 회사 자금 10억 빼돌려
아내 운영 카페 직원 급여로도 써
처벌 대상인지는 미지수
경영참여형 사모펀드의 경우
투자자 관여 처벌 규정 없어
조국 법무부 장관이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사법개혁 및 법무개혁 당정협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조국 법무부 장관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자문료를 받았다고 밝힌 2차전지 업체 더블유에프엠(WFM)에서 연간사업 목표를 지시하는 등 회사 경영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펀드투자자인 정 교수가 펀드운용사의 투자처에서 자문 이상의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자본시장법 위반 논란이 일고 있다.
■ 조 장관 부인, 더블유에프엠 회의에서 “매출 왜 안 올라” 지시 18일 <한겨레>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정 교수는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더블유에프엠 회의에 참석해 매출 전표 등을 보고받고 “매출이 왜 오르지 않느냐” “연간 사업 목표의 최대치와 최소치를 잘 구분하라” 등 회사 운영과 관련해 여러 지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교수의 회의 참여는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이뤄졌다.
더블유에프엠은 1994년 ‘에이원앤’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영어교육업체였는데, 조 장관 일가가 투자한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가 2017년 11월 한국배터리원천기술코어밸류업 1호 펀드를 통해 경영권을 인수했다. 인수 뒤 주력 사업을 영어교육에서 2차전지 음극재 개발로 변경하고 공장까지 세웠다. 더블유에프엠은 업종 전환 뒤인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6월까지 매달 200만원씩 1400만원을 정 교수에게 지급했는데, 최근 이 사실이 드러나자 정 교수 쪽은 더블유에프엠에서 “영문학자로서 자문하고 자문료로 받은 돈”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회의에 참석해 연간사업목표를 보고받고 지시하는 등 경영에 관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정 교수 쪽 해명의 설득력이 떨어지고 있다.
■ 구속된 조 장관 5촌조카는 더블유에프엠 자금도 횡령 조 장관 일가가 더블유에프엠 운영에 관여한 정황은 더 있다. 이 회사는 올 1월 전북 군산에 8억원을 들여 음극재 생산 공장을 증설했는데, 코링크 실제 소유주로 의심받는 조 장관의 5촌조카(구속)인 조아무개씨가 공사대금 상당액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는 더블유에프엠에서 공사비 등 10억원에 가까운 돈을 빼돌렸고, 이 가운데 일부는 부인이 서울에서 운영하는 카페 직원 10여명의 급여로 지급됐다.
앞서 정 교수는 2015년 말 조씨 쪽에 5억원을 빌려주는 형식으로 코링크 설립 자금의 일부를 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결국, 코링크의 핵심 관계자이기에 정 교수와 조씨가 더블유에프엠 경영에 깊숙이 관여하고 회삿돈까지 빼돌릴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는 정 교수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정 교수와 변호인에게 수차례 전화를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 현 단계에서 처벌 대상인지는 미지수 하지만 정 교수의 더블유에프엠 경영 관여가 처벌 대상이 될지는 미지수다. 코링크와 같은 경영참여형 사모펀드의 경우, 투자자가 자신이 투자한 펀드 수익을 높이는 데 관여하면 자본시장법 위반이긴 하지만 별도의 처벌 규정은 없다. 한 금융 전문 변호사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투자자가 사실상 운용자의 역할을 했다고 해서 처벌된 사례를 아직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교수가 시세조종이나 허위공시 등에 관여한 증거가 드러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더블유에프엠 자금을 비롯해 50억원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된 조 장관 5촌조카인 조씨와 관계가 어떻게 되느냐도 관건이다. 검찰은 두 사람이 공범 관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코링크와 더블유에프엠 등 코링크 투자사들 사이 자금 흐름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배지현 임재우 김경락 기자 bee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