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저녁 서울 강남구의 한 빌딩에서 검찰 관계자들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 사무실의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들을 차량으로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 설립 과정에 자동차 부품업체 ㈜익성이 깊숙이 관여한 정황이 20일 드러났다. ‘코링크는 익성의 우회상장을 위한 펀드’라는 일각의 주장에 힘을 보태는 정황이지만, 예단하긴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 장관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015년 말 설립자금 일부를 대는 등 코링크 설립에 깊숙이 관여한 정황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날 익성과 익성 임원 자택 등을 두루 압수수색하며 사모펀드 투자 의혹 수사를 확대했다.
<한겨레>는 이날 코링크가 설립되기 5개월 전인 2015년 9월 조 장관의 5촌조카 조아무개씨(구속)와 익성 이아무개 부사장이 나눈 통화 녹음파일을 입수했다. 5분가량의 녹음파일에는 코링크 설립을 어떻게 진행할지, 자금 동원은 어떻게 할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조씨와 이 부사장은 지난달 사모펀드 논란 등이 커지자 국외로 출국한 바 있다.
녹취록을 보면, 조씨에게 전화를 건 이 부사장은 “(익성) 회장님께 방금 다 말씀드렸다. 구도대로 끌고 가는 게 맞겠다고 말씀하시며, 중간에 처리할 수 있는 게 있으면 처리하라고 말씀하셨다”며 “불협화음이 계속 나니까 상장 후에 하자고 말씀드렸는데도, (2015년) 12월까지 안을 짜보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코링크가 설립 전이어서 코링크라는 이름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익성 회장에게 코링크 설립과 관련한 구상 등을 보고하고 재가를 받았다는 설명이다. <한겨레>에 녹취록을 건넨 이 사건 관계자는 “애초 코링크 설립은 익성을 상장시키기 위한 성격이 컸다”며 “익성 회장의 결정을 통해 코링크 설립이 진행된 정황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녹음파일에는 코링크의 설립 목적과 관련한 더 자세한 정황도 등장한다. 당시 익성이 나중에 조 장관 가족 펀드가 투자한 웰스씨앤티를 함께 우회상장할 기업으로 보고, 투자자를 구하는 문제를 논의하는 대목이다. 이 부사장은 또 다른 펀드 운용사를 거론하며 “(투자) 관계 운 띄우라고 했잖아. 그거 말씀드리니까, (중략) 그분 입장에서는 투자 안 할 이유가 없는 거죠. 한쪽만 아니라 양쪽에서 다 돈 버는 건데… (중략) 돈 10억이니까 (중략) 필요할 때 따로 얘기하라고 하셨다”고 말한다.
통화는 이 부사장이 주로 얘기하면 조씨는 이에 답하는 식이었다. 코링크 설립에 관여했던 관계자는 “코링크 설립 당시 자금이 상당 부분 익성 쪽에서 왔고, 실무 책임도 (익성) 이 부사장이 지는 구조였다”며 “당시 조씨는 실무 진행과 페이퍼 워크 등을 주로 담당했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충북 음성의 익성 본사와 이봉직 회장 자택 등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했다. 익성 자회사인 2차전지 음극재 기업 아이에프엠(IFM)의 김아무개 전 대표 자택도 압수수색됐다. 익성은 자동차 흡음재를 만드는 현대기아차 협력사로, 코링크 설립 주체라는 의혹을 받는다. 사모펀드에서 투자받는 형식으로 회계 문제 등을 정리하고 주식시장에 회사를 상장하기 위해 코링크를 세웠다는 의혹이다.
실제 2016년 2월 설립된 코링크는 첫 사모펀드로 40억원 규모의 ‘레드코어밸류업1호’를 만들고, 일부를 익성에 투자해 익성 3대 주주가 됐다. 이 투자금 40억원이 익성으로부터 나온 것이라는 의혹이 있다.
김완 이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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