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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자살할 수도…’ 수용인식 커진 까닭은?

등록 2019-09-22 17:24수정 2019-09-23 08:59

2018 자살실태조사 보고서 등 공개
성인 1500명 자살 허용적 태도 늘어
중앙자살예방센터 누리집 갈무리
중앙자살예방센터 누리집 갈무리

22일 보건복지부는 5년 주기로 시행하는 ‘2018 자살실태조사’를 비롯해, 자살사망자 전수조사 일환으로 진행된 ‘2013~2017 서울시 자살사망 분석 결과보고서’, ‘2018 심리부검 면담 결과 보고서’ 등 3가지 연구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는 2011년 31.7명에서 2014년 27.3명, 2015년 26.5명, 2016년 25.6명으로 감소 추세이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에 견줘 여전히 높은 수치입니다. 이날 공개된 연구 결과의 주요 내용을 종합해 보았습니다.

■ 가난할수록 자살 위험이 높다

빈곤 상태에 지속적으로 놓여있거나, 과거보다 소득 수준이 떨어진 취약층의 경우 자살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와 중앙심리부검센터가 작성한 ‘2013~2017 서울시 자살사망 분석 결과보고서’를 보면, 최근 5년 서울시에서 발견된 자살 사망자 9905명에 대한 경찰 자료와 건강보험 정보를 연계해 분석한 결과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자살사망률(인구 10만명 당 자살로 인한 사망자수)이 높았다. 연구진은 자살 사망자들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의료급여 수급자인지 아니면 건강보험 가입자인지를 살피고, 의료급여 수급 구간과 건보료 20분위(1분위일수록 납부 건보료 낮음)로 나누어 모두 21개 소득 구간에 대한 자살사망률을 산출했다.

전체 자살 사망자 9905명 가운데 751명은 의료급여 수급자였다. 의료급여 수급구간 인구 10만명당 자살자는 38.2명으로 21개 구간 가운데 자살사망률도 가장 높았다. 건보료 납부 상황 변화에 따른 자살사망률을 분석한 결과, 지속적으로 의료급여를 받는 경우 자살사망률이 66.4명으로 가장 높았으며, 건보료 하위(1~6분위)구간에서 의료급여 수급 대상이 될 정도로 소득 수준이 떨어진 경우 자살사망률도 58.3명에 달했다. 장애 유형에 따른 자살사망률을 분석한 결과, 호흡기 장애(201.1명)와 정신장애(199.4명)가 높은 위험도를 보였다.

중앙심리부검센터 전홍진 센터장(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저소득층은 사회로부터 도움을 받는 데 어려움이 있고 여러가지 트라우마(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경험하기 쉬우므로, 이러한 계층의 자살 예방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자살까지 평균 3.9개 위험 사건

자살자 1명이 극단적 선택에 이르기까지, 평균 3.9개의 스트레스 사건이 순차적 혹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스스로 삶을 등진 사람들이 생전에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사망자 103명의 유가족 등을 대상으로 한 ‘2018 심리부검 면담’ 결과이다. 사망자 84.5%는 정신건강 관련 어려움을 겪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이 밖에 직업(68%), 가족(54.4%), 경제적 문제(54.4%) 등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

위험 요소는 개인별로 다르게 나타났지만, 피고용인·자영업처럼 직업군에 따라 공통적인 특징이 있었다. 회사에 고용된 직장인의 경우 부서변화 등 배치 전환 빈번→과중한 업무부담→급성적인 심리적·신체적 스트레스 반응 등이 나타났다. 배치 전환이라는 위험 요소 발현부터 사망까지 기간이 평균 5개월로 매우 짧았다. 반면, 자영업에 종사하다 숨진 사례의 경우 사업 부진과 함께 정신건강, 가족·부부관계 문제 등이 장기간 나타나는 특성이 있었다.

2015~2018년 자살사망자 391명 중 92.3%는 감정상태나 수면, 식사상태 변화, 무기력·대인기피·흥미 상실, 죽음에 대한 말을 자주하는 등 자살 위험에 대한 신호를 주변에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신호를 보낸 361명 가운데 278명(77%)은 주위에서 이들의 표현을 위험 신호로 인지하지 못했다. 자살은 주위 가족들에게 큰 상흔을 남긴다. 심리부검 면담에 참여한 고인의 배우자·동거인·부모·자녀 등 유족 121명 가운데 98명(81%)은 우울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 가운데 23명은 심각한 우울 상태였다. 유족 가운데 71.9%는 고인의 자살 사실을 친구나 지인, 친척 등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지 못한 경험이 있다.

■ 자살 허용도 커진 배경은?

지난 2013년에 견줘 시민들의 ‘자살에 대한 허용적 태도’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전국 만 19살 이상 75살 이하 성인 1500명을 조사한 결과다. 고통 받는 상황에서 자신이나 타인의 자살을 용인하는 인식·태도는 2013년 2.96(5점 만점)에서 3.02으로 증가했다. 자살을 받아들여야 할 상황이 있을 수 있다는 인식도 2.43에서 2.61로 크게 상승했다. 자살을 쉽게 예방할 수 없고, 자살을 막기 위한 노력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증가했다. 반면, 자살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거부적 태도는 3.94에서 3.84로 낮아졌다.

왜 이러한 인식 변화가 나타난 것일까? 이번 조사에 참여한 안용민 서울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어려운 상황이 되면 나도 (자살을) 할 수도 있고, 타인의 자살을 이해할 수 있다’ 같은 반응은, 현재 (살기 어려운) 한국 사회 현실을 반영한 것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중앙자살예방센터 백종우 센터장(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도 자살에 대한 수용도가 높아진 부분에 대해 “송파 세 모녀 사건 등에서 나타나듯 타인의 자살에 대해 손가락질 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힘들면 그런 선택을 했을까 안타까워하는, 자살자들을 관대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 같다”고 짚었다. 백 센터장은 “자살은 한 가지 문제가 아닌 약 4가지의 스트레스가 겹칠 때 여기서 벗어날 길은 죽음 밖에 없구나, 절망 상태에 빠지면서 나타나는 것”이라며 “연속적인 스트레스 상황이 있을 때 분명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주위에 도움을 청한다거나, 치료를 받거나, 복지 서비스와 연계된다거나. 그러나 위험에 빠진 사람들이 절망으로 인해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시민 1500명 가운데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는 경우는 18.5%였다. 경제적인 문제(34.9%), 가정생활 문제(26.5%), 성적·시험·진로 문제(11.2%) 때문이었다. 특히 경제적 문제를 자살 생각의 이유라고 답한 비율이 2013년 28.5%에 견줘 34.9%로 증가했다. 자살 생각을 해본 적 있는 사람들이 전문가와 상담한 경험은 2013년 11.2%에서 지난해 4.8%로 되레 줄었다. 상담 받지 않은 이유로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 같아서(40.3%)’, ‘상담으로 해결되지 않을 것 같아서(30.3%)’ 라는 답변이 많았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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