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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경쟁률 높아 지방체고 입학했는데…10월 전국체전 출전금지 ‘발동동’

등록 2019-09-23 14:17수정 2019-09-23 14:23

서울·경기체고 입학 문턱 높아 전북체고 입학한 학생 4명
“전국체전 출전 제한에 좌절” 지난 9일 인권위에 진정 제기
대한체육회 “지역 간 무분별한 스카우트 방지위해 만든 규정”
지난 22일 강화도 마니산 참성단에서 채화된 제100회 전국체전 성화가 13일간의 봉송을 위해 봉송주자에게 전달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2일 강화도 마니산 참성단에서 채화된 제100회 전국체전 성화가 13일간의 봉송을 위해 봉송주자에게 전달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월 김미자(가명·48)씨 가족은 경기도의 한 도시에서 대전으로 이사했다. 남편은 직장의 대전 지사로 옮겼고, 재수생인 딸은 다니던 학원을 그만둬야 했다. 삶의 터전을 옮기는 쉽지 않은 결정을 한 건 6살 때부터 10년 넘게 수영을 하는 아들 ㄱ(16)군 때문이다. ㄱ군은 지난해 지방자치단체와 언론사에서 주최하는 수영대회에서 은메달과 동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경기도에 있는 유일한 체육고등학교인 경기체고에 입학할 수 없었다. 경기체고는 수영에서 8명 정도의 학생을 뽑는데, 전국대회 최상위권 선수에게만 입학 자격을 준다. ‘경기체고 신입생 전형 요항’을 보면, 수영 경영종목(접영·배영·평영·자유형)의 경우 직전 해에 열린 전국소년체전에서 개인·단체 1~3위를 하거나 전국대회에서 개인 1~3위를 해야 입학 자격이 주어진다. ㄱ군은 체고에 진학해 운동을 계속하길 원했기 때문에 다른 곳을 찾다가 전북체고에 입학하게 됐고, 가족이 전북체고가 있는 전북 완주군에서 멀지 않은 대전으로 이사한 것이다.

하지만 ㄱ군은 지난 6일 수영 감독에게 오는 10월 서울에서 열리는 ‘제100회 전국체육대회’에 출전할 수 없게 됐다는 얘기를 들었다. ‘제100회 전국체육대회 참가요강’에는 ‘초·중·고교 재학 중인 학생 선수가 대회 개시일 기준 만 1년 미만 안에 타 시·도로 전학해 클럽팀을 변경할 경우 대회에 참가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씨는 “전학이 아니라 상급 학교로의 입학인 데다, 정원이 부족하고 경쟁이 치열해 어쩔 수 없이 지역을 옮긴 건데 대회 출전을 못 하게 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아들이 고등학생으로서 첫 전국대회여서 게임을 하거나 여행도 가지 못하고 고3 학생들이 수능을 준비하듯 운동만 했는데 너무 허망하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오는 10월에 열리는 ‘제100회 전국체육대회’ 누리집 갈무리.
오는 10월에 열리는 ‘제100회 전국체육대회’ 누리집 갈무리.
박은희(가명·44)씨도 마찬가지 경우다. 역시 경기도에 사는 박씨의 아들 ㄴ(16)군 또한 ㄱ군과 마찬가지로 경기체고에 입학할 수 없어 전북체고에 입학했다. 11살 때부터 수영만 해온 ㄴ군은 지난해 국내 한 수영대회에서 은메달과 동메달 등을 목에 걸었지만, 경기체고가 인정하는 기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강원도의 다른 체고에 지원했지만 떨어졌고, 추가 모집을 통해 어렵게 전북체고에 입학할 수 있었다. 박씨는 “경기도는 선수들이 너무 많고 경기체고는 하나밖에 없다 보니 경기도 최상위권 학생들만 입학할 수 있다”며 “다른 학생들은 운동과 꿈을 접어야 하느냐”고 호소했다. 김씨와 박씨 등과 같이 서울과 경기도에 살다가 올해 전북체고에 아이를 입학시킨 학부모 4명은 지난 9일 이러한 문제들을 담아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대한체육회는 규정상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력이 뛰어난 학생들이 특정 지역으로 무분별하게 스카우트 되는 것을 막는 등 지방체육의 균형발전을 위해 필요한 조처라는 것이다. 아울러 예외사유도 두고 있다고 설명한다. △교육부 장관의 승인 때문에 학교가 폐교·병합되는 등 관내 해당 종목 육성학교가 없는 경우 △학생 선수를 포함한 전 가족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나 한부모가족에 해당해 생계유지를 위해 전·출입이 확인된 경우 △개인사업자가 생계유지를 위해 부득이하게 전 가족이 거주지를 이동할 경우 등 6가지다. 이 가운데 ‘당해 시·도 특기자 진학을 신청했음에도 특기자 정원이 없어 해당 시·도교육청에서 타 시·도로 진학을 허용한 확인서(공문)를 발급받았을 경우’가 있지만, 대한체육회는 이번에 인권위에 진정을 낸 4명의 학생에 대해서는 이 사유를 인정하지 않았다. “경기도와 서울에는 체고뿐만 아니라 운동부가 있는 일반 학교 등도 선택권이 있기 때문”이라는 까닭이다. 서울에서 중학교를 나와 올해 전북체고에 입학한 ㄷ(16)군의 엄마 강숙희(46)씨는 “‘정유라 사태’ 이후 일반 학교에선 수영 등 특기 종목이 있는 학생들의 연습시간이 수업시간으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일반 학생들과 똑같이 수업을 다 듣고 방과 후에 연습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체고를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8월 인권위는 ‘전학을 이유로 전국체전과 소년체전에 참가하지 못했다’는 진정에 대해 인권침해라고 판단하고, 대한체육회에 관련 기준 개선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구제절차 마련을 권고한 바 있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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